입자 혼합 조절로 물성 입맛대로...IBS 기능성 복합소재 개발

로드니 루오프 특훈 교수 연구팀
액체 상태 갈륨에 충전 입자 섞어
다이아몬드 혼합시 방열소재 변신
반도체 등 전자분야 다양하게 응용

밀가루에 첨가물을 넣어 반죽 맛을 조절하듯이 각종 입자를 소재에 섞어 원하는 물성을 부여하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액체 상태 갈륨(Ga)에 각종 충전 입자를 혼합한 기능성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혼합 입자 종류와 양에 따라 물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기능성 복합소재를 형성하는 과정. 순수 액체 상태 갈륨에 다른 충전 입자를 섞고 저어주면 밀가루 반죽 같은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기능성 복합소재를 형성하는 과정. 순수 액체 상태 갈륨에 다른 충전 입자를 섞고 저어주면 밀가루 반죽 같은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갈륨은 반도체와 트랜지스터 제작에 필수다.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로 현재 LED TV가 탄생할 수 있었다. 갈륨 소비의 98%가량이 반도체 및 전자 산업에 집중된다.

하지만 성형이 어려워 제조가 까다롭다. 순수한 갈륨의 녹는점은 29.8도로 상온에서는 액체 상태다. 표면장력이 높아 액체 상태에서 서로 분리해내기 쉽지 않다.

연구진은 순수 갈륨에 다양한 충전재를 결합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갈륨 액체에 충전재를 혼합하면 마치 밀가루 반죽 같은 상태로 변한다.

제1저자 춘훼이 왕 연구위원은 “갈륨에 충전재를 혼합하면 표면 장력을 감소시켜 가공이 쉬운 형태가 된다”며 “별다른 표면 처리 없이 소자 표면을 코팅하거나,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충전재에 따른 응용 분야도 확인했다. 액체 갈륨에 환원된 그래핀 산화물을 혼합해 만든 기능성 복합물은 전자파 차폐 소재로 응용할 수 있다. A4 크기 종이에 액체 갈륨과 산화그래핀 복합 소재를 코팅한 결과, 최대 75데시벨(㏈) 전자파 차폐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 산화그래핀 차폐 효율(20㏈)보다 3.8배가량 높다. 상업용(30㏈ 이상), 군사용(60㏈ 이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입자를 혼합해 만든 복합소재는 방열소재로도 응용 가능하다. UNIST 연구진과 복합 소재 열전도율을 평가한 결과, 순수 갈륨의 열전도율은 약 30와트퍼미터캘빈(W/mK)이다. 복합 소재는 다이아몬드 입자 크기에 따라 최대 110W/mK 열전도율을 보였다. 전자기기 발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에 유리하다.

공동 교신저자인 벤자민 커닝 연구위원은 “현재 시판되는 최고 수준 방열소재 열전도율은 79W/mK 정도로 이보다 50% 이상 높은 효율을 나타내는 소재를 제조할 수 있었다”며 “액체 갈륨-다이아몬드 소재를 방열소재로 활용한 실제 응용 실험에서도 높은 성능을 입증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액체 갈륨과 다양한 종류, 크기의 입자를 혼합하면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합금을 제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이번 연구가 CPU 방열판, 전자파 차폐 소재, 의료용 임플란트 등 유연한 전자소자가 필요한 분야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 12.53) 1월 2일자(한국시간)에 게재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