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새해 친환경과 석유화학에서 활로를 찾는다. 사상 최악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의 아픔을 친환경 사업 확대와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 제고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4일 신년사에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은 코로나19 직접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 중심 기업이 직면한 치명적 생존 위협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야 하는 만큼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김 사장은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중심 기업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의 원년인 올해 친환경 중심의 전면적·근본적 혁신으로 그린밸런스2030을 완성해 'New SK이노베이션'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Green) 중심 미래 성장 가속화 △석유화학(Carbon) 사업 혁신 성과 창출 △위기 정면돌파 문화 구축 등의 3대 핵심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김 사장은 “배터리와 소재 사업은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로 빠른 시일 내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 문제에 직면한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은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링 방안 발굴과 가시적 성과를 실현하고 바이오 연료, 친환경 윤활유, 친환경 트레이딩, 수소 등 친환경 사업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선다. 2조7000억원을 투입한 올레핀 생산시설(MFC)이 상반기 완공되면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의 생산능력이 늘어난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MFC 상업가동으로 정유 중심 '싱글코어'에서 정유·비정유 '듀얼코어'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루는 계기가 마련된다”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종합석유화학사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MFC시설은 주로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석유화학사의 NCC시설과는 달리 나프타는 물론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액화석유가스(LPG), 부생가스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GS칼텍스는 신규 석유화학 제품군으로 사업영역 확장으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사업 확대에 주력한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이 건설 중인 올레핀 설비(HPC)가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2조7000억원이 투입된 HPC 설비는 원유 정제부산물인 탈황중질유, 부생가스, LPG 등을 60% 이상 투입해 원가를 낮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납사보다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는 현대오일뱅크 등 세계에서 3개 정유사만 생산하는 희소가치가 높은 원료다. 현대케미칼은 이 설비를 통해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새해 경영방향을 담은 종무사에서 HPC 프로젝트 성공적 완수와 지속적인 신성장사업 발굴을 강조했다.
GS칼텍스와 현대케미칼의 올레핀 설비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은 가공이나 성형 등 과정을 거쳐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쓰이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활용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올레핀 제품은 견고한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