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들어 야당이 제시한 현안 대책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야당이 부동산부터 대주주 기준, 경제3법,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 관련 다양한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와의 협의채널이 사라진 탓이 크다. 과거 진행됐던 야당과 정부 사이 정책협의회 부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21대 국회 회기 시작 이후 야당과 정부부처 간 공식 협의는 한차례로 열리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장에서 야당과 정부 사이 현안 질의가 오고간 것이 소통의 전부다.
통상적으로 국회와 정부 사이의 정책 조율은 여당이 함께하는 당정협의회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지난 정권과 국회에서는 소통 확대 차원에서 야당과 정부부처 장관의 만남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처음으로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과 정부의 정책협의회가 열렸다. 박근혜 정부에선 야당·정부 정책협의회가 3년 만에 부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대책 마련을 위해 민·관·정 협의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당시 협의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주요 여야 정당이 참여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로는 야당이 정부와 함께 정책을 논의, 조정하는 공식 채널이 마련되지 않았다. 부동산, 경제3법 등 여러 현안을 두고 각계에서 불협화음이 나왔지만 야당이 정책 대안을 제시할 자리가 없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1대 국회 초반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당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당내 외교안보특위를 통해 외교·통일·국방부 장관을 호출했지만 모두 나오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국회 정보위를 꾸려 국가정보원 현안 질의를 했다.
야권은 지난 총선 이후 거대여당 체제가 갖춰지면서 정부의 여권 편향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정치 공방이 아닌 정책 대안마저도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난해 11월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중요한 법안과 정책 예산을 사전에 국회와 협의하고 야당에게도 충실한 설명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의장의 주문에도 야당과 정부의 소통채널은 닫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소상공인 5대 생존 대책과 백신 스와프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들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민의힘이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새해 정규예산에 백신 구입비 반영 등도 먼저 제안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것은 정부·여당의 당정협의를 통해서였다.
국민의힘 내에서 자성론도 나온다. 21대 국회 개원 당시 원구성 갈등 속에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하고 여당에 넘겨준 선택의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소관 부처를 호출하려 해도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 없다보니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의 불통 장기화는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부담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입법독주에 따른 여당과의 갈등은 물론 정책 대안을 위한 정부와의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야권의 목소리를 부처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정책협의회 부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