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은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전 세계에 걸쳐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기세를 이만큼이나마 억제해 온 것은 방역 당국의 노력과 국민들 협조 덕분이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속된 3차 대유행으로 하루 1000명 안팎의 확진자와 2시간에 1명씩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자칫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 가고 있다. 요양시설과 교정시설 집단 감염 발생은 일찌감치 예고됐음에도 예방과 대처에 실패, 아쉬움이 크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대구·경북 1차 대유행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수용시설의 취약점을 지적하고, 대량 환자 발생에 대비한 코로나19 전담 병실과 의료진 수급에 만전을 기할 것을 여러 차례 건의한 바 있다.
3차 대유행을 종식시키고 4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집중해야 할 사안과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집단수용 시설 관리다. 요양원·요양병원·교정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합숙 시설에 대한 실태 점검과 각 시설 여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고, 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협력, 질병관리청 지도 아래 관리지침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최고 전문가들이 있지만 인력 자원 제한으로 직접 파견 조사와 대책 마련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자체는 평소에 관내 시설 상태를 정기 점검하고 예방해야 한다. 지자체도 인력과 물자에 한계가 있겠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전력투구가 불가피하다.
둘째 의료기관 대비태세 강화다. 중환자실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무관심으로 중환자실 운영이 매우 부실하다. 중환자 치료 인력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에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중환자는 산소 부족으로 인공호흡기, 체외순환기, 인공신장기 등 고도의 진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과 장비가 더 많이 필요하다.
행정명령으로 일부 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어 일견 안정돼 보인다. 실은 다른 질병으로 치료 받아야 하는 중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는 바람에 질병 악화로 인한 사망이 증가했다. 지금이라도 중환자 전담병원을 지정해서 시설과 인력을 효율 높게 운영하지 않으면 의료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일반병실 수급 상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해당 병원의 외래와 입원은 모두 코로나19 환자로 전환해야 한다. 이때 전담병원에서 발생하는 기존 외래·입원 환자는 인근에 있는 민간 병원에서 맡으면 된다. 중소병원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70% 이하이기 때문에 그만한 여유가 있다. 이때 발생하는 의료수가 차액은 정부가 보상하면 될 일이다.
셋째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K-방역의 자랑인 검사-추적-치료를 유지하려면 지금 검사 규모로는 무증상감염과 일반 접촉자 검사를 감당할 수 없다. 검사기기 자동화로 검사 건수를 증대시켜야 한다. 감염원을 밝히고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 역학조사관 역할이 필수다. 역학조사 직역(職域)의 대폭 충원과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보강된 인력이 취약시설에서 제 역할을 한다면 향후 4차, 5차 대유행 예방과 대처에 큰 몫을 담당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세계 발생 추세로 보아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보는 엄청난 환자 발생을 겪지 않으려면 결단력 있는 방역 단계 조정과 지금까지 열거한 사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pulmok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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