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지수인 '코스피 3000' 등정이 현실화됐다. 여정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증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고비를 넘겼다.
코스피는 1983년 1월 4일 공식 출범했다. 저금리·저유가·저달러라는 3저 호황을 업고 130대에서 670% 이상 급등해 1989년 3월 사상 처음으로 1000대에 진입했다. 당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70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000선은 불과 5일 만에 무너졌다. 다시 1000대를 회복하는데는 5년이 넘게 걸렸다. 1994년 9월이 돼서야 1000대로 다시 돌입했다. 이후 IMF 구제금융 사태가 일어나면서 1998년 6월 280.00까지 추락했다.
이후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경제 회복과 함께 2007년 7월 25일(2004.22) 처음 2000선을 돌파했다. 당시 코스피 전체 시총은 997조원이었다.
2000선 돌파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 달 뒤인 8월 17일 1638.07까지 떨어졌다. 그해 10월에서야 2000선을 되찾았지만 불안한 장세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세계 금융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은 2008년 10월에 938.75(2008년 10월 24일)까지 급락했다. 이후 2000선을 회복한 것은 2010년 12월 14일(2009.05)에야 가능했다.
이후 5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등락을 거듭하다 2017년 들어 반도체 경기 호황 등의 영향으로 그 해 10월 30일 첫 2500대에 진입했다.
이후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다시 주춤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고 1457.64(3월 19일)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유동성 장세와 저금리 기조를 활용해 증시에 대거 뛰어들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피는 지난해 30% 넘게 상승하면서 대역사를 썼다.
코스피 3000 돌파로 시장 분위기는 잔뜩 달아오른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최대 3300선까지 상승 가능성도 제시한다.
지난해 말 KB증권이 올해 코스피 최상단을 3300으로 올렸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이 3200으로 잡은 데 이어, 지난해 말 지수 상단을 3200으로 제시했던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일 지수 상단을 3300포인트로 높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저금리를 감안하면 주가 밸류에이션은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또 우리나라의 국가 위험 감소, 신성장 산업 비중 증가, 주주환원율 상승 등을 증시 상승 배경으로 꼽았다.
정치권에서는 증시 관련 발언을 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중 코스피 3000 달성을 축하한다”며 “한국기업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 보답하는 증권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맞이한 유례없는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한국 증시가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고 지수도 경신하는 등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며 “우리 국민이 이끄는 자본시장이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코스피 3000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야당에 쓴소리도 했다. 김 의원은 “동학 개미들의 성실한 투자 활동을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으로 곡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 3000 돌파를 두고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거래 폭이 좁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투자자들이 박스피(Boxpi)라는 별명까지 붙였던 코스피 지수는 2007년 중반 2000을 돌파한 후 3000을 돌파하는 데 까지 13년 반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수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투자자들이 수출의 전반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전날 한국과 중국 증시 상승을 짚으며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 회복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성장률을 5%대로, 중국의 성장률을 7%대로 예측했다. 전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 예상치는 3.8%다.
다만 과거 코스피가 1000과 2000을 넘긴 직후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상당 기간 조정을 겪었던 과거 사례도 감안해야 한다. 이번에도 단기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