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평행선 긋는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협의

코로나 장기화로 원격수업 활성화
일선 교사 저작물 활용도 늘어나
저작권자 불만 고조…소송까지 거론
문체부·교육부, 찬반 논쟁 가열

저작권법 제25조 학교 교육목적 보상금제도
저작권법 제25조 학교 교육목적 보상금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새해에도 상당 기간 초중고 온라인 수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초기 혼란을 겪던 온라인 수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일부 수업에서는 온라인 학습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협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과 저작물 활용이 늘어날수록 저작자에 대한 권리 침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초중고 이하 수업목적 보상금을 면제하도록 했다.

법 개정을 통해 보상금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공교육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법 개정을 반대한다. 교육부와 각 교육청, 학교, 문화체육관광부, 권리자 단체 간 원만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수개월째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슈분석]평행선 긋는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협의

◇학교교육 목적 보상금이란

저작물은 저작권자 사전 허락을 받아 허락받은 조건과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재판절차, 시사보도, 비영리 목적 공연, 학교교육 등과 같이 공공 필요에 의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서 예외를 두고 있다.

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을 정의한 저작권법 제25조 3항은 교육기관이 수업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 등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해야 한다(6항).

보상금은 저작물 이용에 다른 저작권료다. 먼저 이용하고 사후 정산하는 개념이다. 학교교육 목적 보상금의 하나인 '수업 목적 보상금'은 교사 등이 수업을 목적으로 공표된 저작물 일부를 저작권자 사전 허락 없이 이용하도록 했다.

이용에 따른 이용내역을 제출하고 문체부 장관 보상금 기준 고시에서 정하는 보상금을 보상금수령단체에 지급해 저작재산권자에 보상하는 게 핵심이다. 지금은 저작권법에 따라 초중고를 제외한 대학만 수업 목적 보상금을 내고 있다.

학교교육 목적 보상금에는 수업 목적 보상금 외에도 '교과용도서 게재 등 목적 보상금' '수업지원 목적 보상금'이 있다. '수업지원 목적' 도구에는 e학습터, 시도 자체 교수학습센터 등 대부분 온라인 사이트가 해당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수업지원 기관이 학교와 교육기관 수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작물을 일부 이용한다면 수업지원 목적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업 목적 보상금과 마찬가지로 이용내역 제출, 고시에 따른 보상금 지급 등 의무가 있다.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협의 쟁점은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논란이 불거진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본격화되면서다. 수업 목적일 경우 저작물의 일부분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분'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초중고 교육목적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구체적 이용 범위는 나와 있지 않다.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교사들 불안감은 커졌다. 문체부와 교육부, 저작권 단체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기간 중에는 부당하게 저작권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저작물을 이용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저작물 활용이 늘어나면서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필요성이 제기됐다. 우선 권리자 불만이 높아졌다. 교사의 권리 침해가 지나치다며 소송을 거론하는 권리자도 늘어났다. 이용자(교사) 측면에서도 저작물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원활하게 저작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코로로19 기간 동안 협의 기준에 따라 활용된 수업자료는 코로나19 종료 시 삭제해야 한다. 원격 수업 활성화에 따라 저작물 이용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에 관련 제도를 도입, 법적인 문제를 벗어나 저작물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문체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권리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양측이 공감했다. 하지만 보상 방식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입찰 차가 커서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향후 전망은

문체부는 최근 발의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 '초중고는 수업목적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삭제할 방침이었다. 권리자에 보상급을 지급하면서 일선 교육현장 수업에 저작물이 원활히 이용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육부와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반영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과 저작권 보상 방안을 논의한다면서도 저작권법에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지급 근거를 담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초중고가 대학과 같은 방식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반대했다.

저작권 단체에 따르면 교육부는 초중고가 공교육 영역이기 때문에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공교육에서 별도로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문체부와 저작권 단체는 공교육이라고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수업 목적이 아닌 수업지원 목적 보상금을 일부 인상하는 것을 대안으로 고민하는 것 역시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전문가는 “교육부는 지금처럼 보상금은 내지 않으면서 저작물 활용 범위는 넓히려고 하고 있다”면서 “'공교육이라면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 도입에 원만한 합의를 이룬다면 법 개정과 고시 개정, 가이드라인 개정 등 절차가 이어진다.

초중고 수업 목적 보상금은 한해 약 40억원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육인 만큼 포괄방식 기준 1인당 기준금액이 대학(1300원)보다 적을 전망이다.

지금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권리자와 일선 교사 간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원격수업에서 저작물 활용을 둘러싸고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