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차세대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성장 산업부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위기를 기회 삼아 그룹을 먹여 살릴 신수종 사업의 토대를 닦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롯데그룹은 유통 사업 구조조정에 치중하면서 화학 투자에 고삐를 죈다.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기를 버텨낼 체질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은 미래차 배터리, 신소재 사업 등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에 나선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사업장을 직접 찾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하며 새 먹거리 확보에 힘을 실었다. 이곳에선 자동차 내·외장재로 쓰이는 고부가합성수지(ABS)를 비롯해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연구개발이 이뤄진다.
지난해 코로나 직격탄을 입은 유통 산업의 경우 스타트업과 적극 협력을 추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신 회장은 올해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양한 파트너들과 소통하며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작년 말에는 온라인 경쟁사인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강연에 초청하는 등 의지도 엿보였다. 올해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 지분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테마파크 등 새로운 영역 진출을 통해 본업과 시너지를 노린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국제테마파크와 호텔 사업을 중점 추진해 호텔·레저·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호스피탈리티(환대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첫 삽을 뜨는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그룹 전사 프로젝트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화성 법인을 설립하고 4조5693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오프라인 유통 위기 극복을 위해 온라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체험형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올해 신성장 사업 투자에 본격 나선다.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적극 진출해 오는 2030년 매출을 40조원대로 키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공격적 행보를 예고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룹 내 제조 및 플랫폼 사업 영역과 시너지가 예상되는 뷰티·헬스케어·바이오·친환경·고령친화 등의 분야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정했다. 뷰티 분야는 메디컬 정보와 바이오 기술을 확보해 화장품·이미용품 분야에서 계열사별 특성에 맞는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헬스케어 전문 플랫폼 사업 진출도 검토한다.
바이오 분야는 지난해 인수한 뷰티·헬스케어 계열사인 현대바이오랜드의 바이오 원료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바이오 원료(항산화·피부 개선)와 바이오 의약품(세포 치료제), 메디컬 소재(상처 치료 소재) 개발 및 제조에 나선다. 대체 가공육, 생활 폐기물 처리 사업 등 친환경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