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유통기업들의 새판짜기가 한창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총수들도 신년사에서 이구동성으로 올해가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봤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유통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생존을 넘어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 요구를 정확히 알고, 이를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DX)에 박차를 가하고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도 적극 대비하고 있다.
◇시너지의 롯데, '위드 코로나' 돌파
롯데는 코로나19로 변한 소비 트렌드와 산업구조에 대응해 지속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DX를 그룹 전반에 가속화 한다는 구상이다.
롯데는 우선 '위드 코로나'에 맞춰 유통 분야에서 옵니채널을 강화한다.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하는 스마트스토어, 세미다크스토어를 연내 29개까지 늘린다.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별다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롯데온'에도 투자를 강화한다. 신동빈 회장이 내세운 '시너지'가 온라인 시장 공략을 위한 롯데온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가입자 확대와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주력한다. 오프라인 매각 등으로 확보한 7000억원대 자산도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분야는 선택과 집중을 지속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부실점포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한편,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 신규 백화점을 6월 개장한다. 7만6000㎡(약 2만3030평) 규모로, 롯데백화점 전점 중 잠실점에 이어 두 번째인 초대형 점포다. MZ세대 공략과 명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세계 르네상스' 원년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 관계사간, 부서간 협업과 소통을 강화한다. DX를 이끌 인재를 키우고 이길 수 있는 DNA를 그룹 내에 심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의 대표 DX 전략은 'SSG닷컴' 확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희석 이마트대표가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면서 시너지가 시작됐다. SSG닷컴에 오픈마켓을 도입해 상품 가짓수와 거래액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티몬,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e커머스 경쟁사 인재를 수혈했다.
SSG닷컴 배송을 위한 이마트 매장 전진기지 활용도 강화한다. 온라인 전용물류센터가 있는 수도권을 외한 지방 권역의 경우 이마트 점포 기반 물류센터(PP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한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3조원에 달했던 라이브 커머스 분야도 강화 한다. 육류 새벽배송 판매를 시작으로 신선식품 판매를 온라인으로 넓힌다.
8월에는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를 개점한다. 신세계의 13번째 백화점이다. 6000억원을 투입해 지하 5층, 지상 43층, 연면적 27만9263㎡(약 8만5700평)에 달하는 대규모 복합시설로 들어선다.
◇현대백화점그룹 '비전 2030'...40조 기업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3대 핵심 사업 맞춤형 성장전략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백화점과 아울렛은 온·오프라인 채널 융·복합을 통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e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현대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 전문화를 추진한다. 식품관에서는 새벽배송을 시작하는 등 달라진 언택트 소비 시대에 적극 대응한다. 라이브 커머스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다음달에는 현대백화점 서울 파크원 '여의도점'을 오픈한다.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에 이르는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쇼핑 메카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방송 상품 중심 전문몰 구축, 미디어 커머스 강화 등 온라인 판매채널을 보완하고 유관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패러다임 시프트 꾀하는 CJ그룹
CJ그룹은 전 사업 영역에서 철저한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사업을 확대한다. 2018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슈완스' 유통망으로 비비고 만두를 공급한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식품 단일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한식의 현지화를 위한 신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냉동식품 및 밀키트 수요 잡기에도 주력한다.
콘텐츠 분야는 '미디어커머스'시장에 도전한다. 비대면 트렌드와 늘어나고 있는 영상 콘텐츠 수요에 맞춰 신성장동력을 키운다. CJ ENM은 1분기 미디어커머스 관련 사업부를 분사시켜 사업 확장에 나선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다스튜디오를 별도 법인으로 꾸린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합작을 구체화한다. 주문부터 배송 알림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다. 전국단위 온라인 주문 배송 경쟁력 확대를 위해 풀필먼트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