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미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증한지 하루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회를 점거하는 난동을 부리면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승복(concede)'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또 바이든 당선인에게 승리를 축하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트위터 영상 메시지에서 “이제 의회가 (대선) 결과를 인증했고,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이 순간은 치유와 화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는 대선 불복과 관련해 “유일한 목표는 투표의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3 대선 이후 각종 소송전을 이어가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동영상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전날 의회 난동 사태 후 취해진 정지 조치에서 해제된 뒤 처음 올린 메시지다. 전날 시위대 앞 연설에선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회를 향해 행진할 것을 독려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2020년 대선에서 새로운 주제로 옮겨갈 때라며 “우리는 막 치열한 선거를 겪었고 감정은 고조돼 있다. 그러나 이제 침착해지고 평온함이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 봉직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시위대 난동 사태에 대해선 “미국은 법과 질서의 나라이고 그래야 한다. 의사당에 잠입한 시위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본거지를 더럽혔다”며 ”법을 어긴 이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13일 남겨두고 조기 퇴진 논의가 커지는 와중에 마침내 현실에 굴복했다”며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직이 곧 끝난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훌륭한 지지자들. 나는 여러분이 실망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놀라운 여행이 이제 시작일 뿐임을 알기를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