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대화 재개의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로 대세가 된 '비대면(언택트)'을 활용하겠다면서다.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가 올해 구축할 것으로 알려진 남북 간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일 수도 있고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끊어진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일 수도 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언택트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고위급 외교 행사에서도 비대면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됐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지난해 한-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비대면 영상회의로 성공리에 진행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정상회의, G20 회의, 유엔 총회 등 주요 국제 행사도 비대면으로 치러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형식'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영상회의가 될 수 있고 전화 통화가 될 수도 있다. 편지도 가능하다. 모두 비대면이다. 남북정상 또는 북·미 정상이 비대면으로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기술력도 충분하다.
관건은 북한이다. 대면이건 비대면이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느냐가 우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제8차 회의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남북관계를 “3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하고 우리 측 협력 제안에 대해선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전처럼 일방적인 선의를 보여 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측 태도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말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제재 해제이다. 이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몫이다. 우리는 남북이 먼저 할 수 있는 협력을 하자고 제안하고, 북한은 답이 없는 상태다. 결국 도돌이표다.
문 대통령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 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은 1년 4개월 정도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 8000만 한민족에게 3년 전 봄을 다시 선물할 수 있을까. 비대면 소통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 주목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