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 축제인 CES는 어떤 IT 전시행사보다도 소비자 트렌드가 강력하게 반영된다. 올해는 미래 가치와 현재 수요 경계에서 'CES 안에서의 C(Cleanliness)·E(Entertainment)·S(Smart Home)'라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베일을 벗은 온라인 전시관에서는 헬스케어, 게임, 스마트 홈, 원격교육 등 기업이 중심을 꿰찼다. 주최 측이 제시한 'CES 2021 5대 메가 트렌드'인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코로나19와도 결이 같다.
C·E·S에 집중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바뀐 일상이 크게 작용했다. 개인의 취향과 여가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 위생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가 합쳐지면서 CES 참가기업도 여기에 맞춘 전략을 세웠다.
◇C(Cleanliness, 위생):'바이러스'와의 전쟁, IT로 잡는다
올해 CES 행사에 참가한 헬스케어 기업은 400곳이 넘는다. 상당수가 코로나19가 촉발한 사회 변화 대응을 내세운다.
글로벌 가전 공룡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에 공개한 정수기, 냉장고, 무선 청소기 등에 위생과 살균 기능을 강조했다. 첫 정수기 모델을 선보인 삼성전자는 제품 경쟁력으로 살균 기능은 물론 비대면 시대에 맞춰 자가 관리 편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LG전자 역시 비대면 시대 안전성을 높이는 살균봇 등 각종 로봇과 살균 기능을 더한 냉장고를 소개했다.
각국의 스타트업 아이디어도 빛난다. 미국 헬스케어 스타트업 바이오인텔리센스는 패치형 코로나19 스크리닝 솔루션을 들고 왔다. 가슴 등 몸에 패치를 부착하고 온도, 심박수, 신체활동 등을 모니터링한다. 코로나 19 환자의 데이터와 유사성이 높을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준다. 스위스 스타트업인 클린모션은 자동으로 문손잡이를 소독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손잡이 사용이 감지되면 고리에 달린 장치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박테리아를 99.9% 박멸하는 소독제를 뿌린다.
국내 기업인 엠모니터는 20분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확도 99%로 감지하는 진단 키트를 공개했다. 빠른 진단이 확산을 막는 핵심 과제가 되는 상황에서 신속 진단 경쟁에 불을 지핀다. 젠트로닉스는 물체감지 센서를 부착한 살균기를, 케어마일은 안면인식 비대면 발열체크 솔루션을 들고 나와 온라인 참관객 주목을 받았다.
◇E(Entertainment, 오락):밀레니얼 겨냥 스포츠·게임 풍성
가전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 스포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관심이 많다. 이를 겨냥한 다양한 신제품이 공개된 가운데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즐길 만한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
인텔과 AMD가 먼저 움직였다. 두 업체는 각각 게임용 모바일 프로세서 인텔 11세대 코어 H시리즈와 라이젠9 HX 시리즈를 공개했다. 최신 프로세서를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은 상반기 중 쏟아질 예정이다.
중국 원더시스테크놀로지는 TV를 보며 20여가지 홈트레이닝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애플워치, 가민 등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TV 화면에 자신의 심박 수와 예상 칼로리 소모량까지 보여준다.
한국 기업인 더투에이치는 '몰입형 시뮬레이터'를 들고 나왔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지원하는 게임을 수행하면서 바람, 열, 후각, 촉각, 움직임까지 재현한다. 게임 속에 본인이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각 기능은 모듈방식으로 선택 가능해 사업성도 높였다는 평가다. 또 앱미디어는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VR, AR 기능을 지원하는 e북 솔루션을, 이모션웨이브는 AI가 사용자 취향에 따라 음악을 추천하는 제품을 소개했다.
최근 팟캐스트나 영상 스트리밍 수요가 높아지면서 1인 영상 제작에 최적화된 제품도 선보였다. 마오노캐스터는 인터페이스, 프리엠프, 믹서가 통합됐다. 스마트폰이나 악기, 다른 음향 소스도 쉽게 연결하며 UBS-C 단자로 컴퓨터에 연결도 가능하다.
◇S(Smart Home, 똑똑한 집):바뀐 일상, 더 가까이 다가온 가전
과거 스마트 홈 기술이 연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사용자 환경 최적화에 중점을 둔다. AI 기술로 사용자 경험을 반영해 기능과 작동을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일상에 더 밀접하게 편의를 제공하는 밀착형 솔루션도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사용 경향을 분석해 세탁·건조 코스를 제안하거나 사용시간에 맞춰 작동시간을 조절하는 정수기를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쿠킹은 앱으로 식재료를 구매하면 적절한 조리법을 스마트 오븐에 자동 전달하는 제품이다. LG전자 역시 식품을 구매하고 주문한 식품 바코드를 촬영하면 최적 조리법을 찾아주는 '인공지능쿡' 서비스를 처음 공개했다.
주방 전체를 로봇으로 꾸민 스마트 키친도 첫 선을 보였다. 유럽을 연고로 하는 몰리는 원하는 요리를 선택하면 두 팔이 달린 로봇이 알아서 재료를 가져와 요리를 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로봇에 장착된 센서가 조리도구와 그릇 등과 연결돼 요리를 돕는다.
프랑스 기업 케어OS와 바라코다의 스마트 미러, 스마트 매트는 화장실에 있는 모든 순간을 케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마트 미러로 사용자 얼굴을 인식, 피부 상태와 기분 등을 분석해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스마트 매트와 연동해 몸무게, 발모양, 비만도 등도 측정해 알려준다.
국내에서는 올빼미컴퍼니가 집콕족을 위한 '모그'라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알 모양의 모그는 무드등과 알람 기능이 대표적이다. 원하는 시간 알람을 맞춰놓으면 사용자는 찬 물에 모그를 약 10초간 씻어야 알람이 꺼진다. 이렇게 하루하루 수행하면 모바일 앱에 가상 모그가 자라게 된다. 스캔앤다이브는 소재를 분석해 의류 관리법을 AI가 알려주는 솔루션을, 플랫폼베이스는 실시간 모니터링과 로그관리 기능이 있는 스마트 잠금장치도 선보였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