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시대 변화상 담았다

창작자·이용자 간 공정한 권익 보호 목표
AI 등 기술발전·불공정 계약에도 대응
'매절계약'으로 손해 입는 경우 없애고
경미한 침해 '조정우선주의'로 해결 유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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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다.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추진하는 전부개정이다.

전부개정안은 온라인을 통한 양방향 의사소통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시대 변화상을 반영했다. 방송과 전송 외에 '디지털동시송신' 개념을 도입하고 포괄적 이용허락을 위한 '확대집중관리' 제도도 도입한다. AI 학습을 위한 면책 규정도 신설했다.

저작권 산업 발전을 지원하면서 저작권자 권리 보호는 강화하고 이용자 편의성 높이는 데도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저작권 양도 이후 추가로 보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고 경미한 침해는 형사처벌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것 외에도 산만하고 복잡해진 법조문을 가다듬는 것도 전부개정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슈분석]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시대 변화상 담았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 대응

저작권법 전부개정은 창작과 저작권 이용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이다. 디지털 기기와 양방향 매체 기술 발달로 개인 저작물 창작과 유통, 대량 소비가 증가하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유튜브나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온라인과 플랫폼 창작 환경이 변화하면서 누구나 창작자가 돼 저작권을 가질 수 있고 타인의 저작물을 창작 소재로 이용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유통과 이용 측면에서는 음악과 영상 제공 서비스 등 대량 저작물에 대해 수시로 신속한 이용허락이 요구되는 콘텐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 등 신기술과 신산업도 저작권 환경 변화를 가속화한다.

저작권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창작자와 이용자 사이에 불공정 계약도 늘어났다. 공정한 수익 분배 방안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콘텐츠 플랫폼이 저작물 이용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저작권법 전부개정을 준비해왔다. 창작자와 이용자 간 공정한 권익의 균형을 찾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저작권 생태계를 조정하는 게 전부개정안이 추구하는 목표다.

◇매절계약 피해 방지한다.

211개 조항과 23개 부칙으로 구성된 저작저작권법 전부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은 제59~제61조가 정의한 '저작권자의 추가보상청구' 제도다. 저작권 양도로 받은 보상과 양도 이후 수익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저작자가 양수인에게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저작자는 이를 위해 양수인에게 저작물의 이용과 수익 산정에 필요한 정보를 청구하고 양수인은 이를 따르도록 했다.

저작자가 저작물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매절계약'을 맺고 손해를 입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장이다. 매절 계약은 판매량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한 번에 주는 방식으로 향후 저작물이 성공을 거두더라도 추가 보상이 불가능하다.

추가보상청구를 통해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단 법안의 '현저한 불균형'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법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영상물의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데이터마이닝' 과정의 저작물 이용 면책 규정(안 제43조)도 신설했다. AI 학습과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저작물을 활용하는 경우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저작물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저작권 침해 이슈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면책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현행 '공정이용' 조항이 적용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명확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마련했다.

◇확대된 집중관리로 저작물 이용 활성화

저작권법 전부개정 연구반이 집중 논의했던 것 중 하나가 '확대집중관리' 제도 도입(안 제155~제163조)이다.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 확대로 대량의 저작물에 대해 수시로 사전 이용허락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

가령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우 콘텐츠에 사용되는 음악의 수십~수백명 저작인접권자(실연자 등)에게 일일이 사전 이용허락을 받기가 어렵다. 이 경우 신탁관리단체(음저협)에 비신탁 저작물까지 모두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해외에서는 교육 분야 등에 사영되는데 OTT 분야 적용은 처음이다.

'디지털동시송신' 개념도 도입한다. 현행법은 공중송신의 유형으로 방송, 전송, 디지털음성송신 개념만 정의했다. 인터넷을 통해 '음'뿐만 아니라 '영상'을 실시간 일방향 전송하는 행위를 디지털동시송신 개념으로 정의, 저작권법상 지위를 명확히 했다.

전부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초상·성명·목소리 등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초상등재산권', 업무상저작물 저작자의 창작 기여자 표시 의무, 저작권대리중개업자의 신고 정보 공개 및 직권말소, 불법복제물 제공 목적인 인터넷 링크의 침해행위 규정 등 내용이 담겼다.

이용자를 위해서는 경미한 저작권 침해는 형사처벌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조정우선주의를 함께 도입해 민사적 구제수단을 통한 해결을 유도했다. 침해를 입은 권리자가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증액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발의된 전부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소위를 시작으로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