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53달러를 넘어서며 11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국내 정유사는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다. 바닥 수준의 정제마진이 이어지고 있고, 상반기 중 코로나19 상황 개선 여부도 불투명해 석유제품 수요 회복 가능성도 잿빛이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2주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52.86달러로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일 기준으로는 지난 14일 배럴당 53.57달러까지 올랐다.
석유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추가 감산 발표 영향이 지속되고,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발표 기대감과 연준(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발언, 중국 원유수입 증가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 등 글로벌 확산세 지속, 미국의 석유생산 증가 전망 등은 상승폭 제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상승세를 수익개선에 긍정적 요소로 판단했지만, 정작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배럴당 1달러대로 낮아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 대표 수익 지표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유사 손익분기점은 이보다 훨씬 높은 배럴당 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4조원이 넘는 역대급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1분기는 '선방'이 예상되지만, 예년에 비춰볼 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 석유제품 수요부진 영향이 계속되고 있어 '호실적'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 백신 출시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에야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정유사 재고자산 평가가 높아지는 등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도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부진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