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1년간 국내 유통산업은 대전환기를 맞았다. 대면 접촉 기피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대면 소비'를 가속화했고 e커머스 시장이 큰 수혜를 입었다. 몇 년에 걸쳐 일어날 소비 패러다임 변화가 불과 일 년 만에 이뤄졌다. 코로나가 탈(脫) 오프라인이 진행된 국내 유통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5년 이상 앞당겼다는 관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45조124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8.4%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19년 총 거래액인 135조2640억원을 넘어 1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쿠팡과 이베이, SSG닷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e커머스 시장은 20년 만에 국내 소비시장에 완벽한 주류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우리의 고객은 영구적으로 변했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는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했고 여기서 얻게 된 안전과 편리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 소비가 단편적이고 일시적 경험이 아니라 일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이젠 e커머스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넘어 국내 소비시장에 완벽한 주류 채널이 됐다.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전통 유통 대기업과 스타트업까지 비대면 채널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SSG닷컴은 지난해 쓱배송 매출이 전년대비 36% 증가했다. 주문건수도 30%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먹거리와 생필품의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 됐다. 신선식품마저 온라인 침투가 늘었다. 실제 지난 1년간 SSG닷컴 신선식품 매출은 46% 증가했다. 신선도가 중요한 축산, 수산물은 각각 59%, 50% 신장했다. 내식(內食) 수요가 늘면서 가정간편식(HMR)은 51%, 밀키트는 154% 매출이 뛰었다.
다른 e커머스 업체들도 코로나 확산과 맞물려 식품이 고성장했다. 11번가는 지난해 밀키트 매출이 117%, 냉장·냉동 간편식이 46% 늘었다. 생필품도 마찬가지다. 티몬에서 지난해 생활·주방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대비 122% 성장했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혈투가 본격화됐다.
소비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온라인 중심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유통 경쟁력을 온라인에 이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면 서비스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온라인에서 성장 동력을 찾았다. 유동인구가 보장된 핵심 상권 입지를 토대로 성장한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젠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선보이느냐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설 자리가 줄어든 오프라인 점포들은 물류 거점으로 전환해 새로운 활용도 모색에 나섰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마케팅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통산업 변화를 적어도 5년 정도 앞당겼다”면서 “새로운 고객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을 고려한 미래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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