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과 같은 다양한 기술 및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와 함께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코로나19는 단순히 질병과 안전 문제를 넘어 인류의 삶과 생활방식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으며 우리의 일상을 순식간에 변화시켰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초기에 우리는 곧 이 사태가 끝나고 일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장기화를 통해 '종식'이나 '극복'을 넘어 비정상이라고 여겨 온 기존 상황이 어느덧 익숙한 일상으로 됐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위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포스트 코로나'와 달리 코로나19를 공존 대상으로 인정하고 일상생활을 함께 지속해서 이어 나가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을 의미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는 지금보다 나은 새로운 일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위드 코로나로 대변되는 일상 속에서 '위드 디자인 싱킹', 즉 디자인 싱킹이 담고 있는 핵심 개념과 주요 의미를 통해 어떻게 하면 위드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디자인 싱킹은 여러 연구자와 관점에 따라 다양한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디자인일까. 디자인 싱킹을 논하기 이전에 디자인의 어원에 담긴 의미를 통해 디자인 싱킹 개념을 살펴봄으로써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디자인 싱킹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디자인은 사전상 '계획, 의도, 구상'이라는 뜻이다. 개념 정립 초기에는 물리 형태의 실체인 '최종 결과물'로 인식돼 왔다. 이후 디자인 개념은 기존 기능을 구현하는 행위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법, 더 나아가 문제를 창의로 해결하는 전략 관점이자 사고방식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을 이탈리아 밀라노공대의 에치오 만치니 교수는 사회 혁신 관점에서 사회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디자인 다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과 기호학 대가 찰스 퍼스를 꼽을 수 있다. 필자는 사고 전환 관점에서 디자인에 대한 이들의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이먼은 저서 '인공 과학의 이해'에서 “디자인은 기존 상황을 더 나은 형태로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즉 사이먼은 디자인을 '변화를 수반하는 모든 지식 창조 활동'으로 이해함으로써 디자인 개념을 기능 의미의 결과물에서 벗어나 지식 탐구를 위한 가시의 과학 방향으로 정립했다.
퍼스는 어떤 현상에 대해 가설을 기반으로 추론해 나가는 논리 추론 방식인 귀추법을 통해 창의 사고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영전략가 로저 마틴은 전략 사고 차원에서 디자인 싱킹으로 개념화했으며, 지식 생산 필터를 통해 “지식이 어떻게 고도화되는지 설계(디자인)하는 사고방식”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 생산 필터 단계를 수행하는 과정을 디자인 싱킹이라고 강조했다.
마틴이 말한 디자인 싱킹 개념은 기존과 달리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자 하는 혁신 기업의 활동방식을 통해서도 검증되고 있다. 한 예로 구글, P&G와 같은 기업은 사용자 중심 직관 사고를 통해 새로운 혁신과 창의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데이터 기반 분석 사고를 통해 조직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로써 기존 영역을 넘어서는 혁신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며 그들의 핵심 가치를 선보였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