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육종민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유체 내 물질들의 분자, 원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유체 내 다양한 분자·원자 단위 반응 관찰이 쉬워졌다.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물질의 합성 과정을 밝히고 생명 현상 규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에는 구건모 신소재공학과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고 관련 논문은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14일자로 게재됐다.
전자빔을 광원으로 이용하는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수천배 가량 높은 배율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 품질 관리와 생체 분자 구조 규명에 이용된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을 구동하려면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 진공에서는 액체 샘플을 관찰하기 어려워 액체 시료를 건조하거나 냉동시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방식으로 관찰이 이뤄졌다. 이 경우 시료가 정지된 상태에서 구조 정보만을 줘 액체 내 역동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
기존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은 약 50나노미터(㎚) 두께 질화 실리콘 막을 이용해 액체를 고진공으로부터 보호했지만 이런 막은 원자 단위 관찰을 방해한다. 생체 분자들의 경우 명암을 높이는 염색 과정 없이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지난 연구에서 그래핀 두 층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이번 연구에서 이를 개선해 자유로운 액체 순환이 가능한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했다.
투과 막으로 이용한 그래핀은 원자 단위 두께를 가지고 강철보다 200배 높은 강도를 가진다. 또 연구팀은 자유로운 액체 순환과 교환을 위해 30~100㎚ 두께 액상 수로를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구현,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 차를 견딜 수 있다.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또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아밀로이드 섬유화 등 현상의 직접 관찰과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종민 교수는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 및 원자 단위로 관찰하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