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한반도 정책 대전환이 예상된다. 새로 구성된 외교·안보라인에 북미 관계 및 동북아 문제 전문가들이 대거 배치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이 유력시 되고 있다. 보텀업(bottom up) 방식의 단계적인 실무 협상으로 예측 가능성은 높지만, 그만큼 급진적인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외교·안보라인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전면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서는 전통적 동맹국과 함께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그동안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밝혀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원칙이 재강조된 셈이다.
과거 트럼프 정부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톱다운(top down)에서 보텀업으로 전환되는 외교 방식이다. 특히 북미 관계에 있어서는 소위 북한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들이 외교 라인에 대거 포진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블링컨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부장관이 오바마 정부 시절 외교정책을 담당해 한반도 문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 받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 역시 오바마 정부시절 바이든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북한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부통령으로 외교를 담당하며 북한문제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고 평했다. 외교라인에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들이 외교·안보 라인에 배치, 북한 문제를 여전히 우선 순위로 둘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북미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외교 전면에 나선 것은 맞지만 단계적인 실무 협의를 우선시 하는 만큼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극적인 담판'의 트럼프 외교 방식과 다른 '전략적 인내' 외교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한미 정상간 교류 조기 성사를 통해 풀어간다는 구상이다. 20일에는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한미 관계의 또 다른 축인 방위비 협상은 난맥이 풀릴 것을 전망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외교·안보 청문회 서면 제출을 통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대폭 증액 요구로 교착 상태에 놓여있던 방위비 협상은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인 '동맹국 관개 개선'에 근거를 두고 해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