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적자를 지속하는 스마트폰 사업 매각 혹은 축소 등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LG전자는 20일 스마트폰 사업 매각과 축소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0일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운영과 관련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MC사업본부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LG전자는 수차례 스마트폰 사업 매각 혹은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부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날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비즈니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혀, 적지 않은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고경영자가 매각 혹은 축소 등 구체적 방향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사업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건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 안팎에선 3월 중 MC사업본부 방향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MC사업본부 규모를 줄여 홈엔터테인먼트(HE) 산하 소규모 조직으로 존속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만만치 않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면 인수 후보로는 LG전자와 하드웨어 협력을 지속한 구글, 하드웨어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페이스북이 손꼽힌다.
LG전자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마그나인터내셔널 전장부품 주요 고객 중 하나인 폭스바겐,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사인 빈스마트도 거론된다.
LG전자 MC사업본부에서는 스마트폰 매각이나 철수보다 조직 축소 가능성이 유력하다.
디지털 TV 등 홈·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기술 연관성이 높은 HE사업본부 산하 조직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연간 출시 모델 수를 줄이고 외주생산(ODM) 비중을 확대해 적자 폭을 최소화하는 기존 체질 개선 전략의 연장선이다. 이와 관련 사업부 이동 희망자에 대한 의견 수렴도 일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MC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업부 규모로 줄여 HE사업본부 산하 조직으로 옮기는 것으로 전달받았다”면서 “사업부 이동이나 잔류 의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MC사업본부 방향성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최대한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LG전자가 스마트폰 폼팩터 혁신을 선도할 '롤러블 폰' 출시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고 검토단계”라며 “롤러블폰 개발은 예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 사장은 “MC사업본부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며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감축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