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투과전자현미경' 국산화 성과를 내놓았다. 국산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신형식)은 한철수 연구장비개발부 박사팀이 투과전자현미경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기초과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비다. 나노미터(㎚) 수준 분해능(식별 능력)을 갖췄다. 시료 내부구조를 영상화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 97%를 점유한 상황이다. 고가 중·대형 모델만 판매해 필요 이상의 고성능 모델을 높은 가격에 도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KBSI 30킬로볼트(㎸)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은 텅스텐 필라멘트 전자원 모델과 전계방출형 전자원 모델로 나뉜다. 모두 저전압에서 ㎚ 수준 분해능으로 생체 바이오 시료, 연성 소재 분석에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또 투과전자현미경 핵심 요소 장치인 '5-자유도 시료 스테이지', '복수 시료 교환 장치', '고니오미터 및 전자빔 영상 검출기'도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코셈 등이 협력했다.
연구팀은 지속가능한 장비 개발 환경을 위한 'KBSI 투과전자현미경 개발 플랫폼'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향후 KBSI 내·외부 연구자, 연구장비 업체가 투과전자현미경 핵심 구성품을 개발했을 때 구성품 신뢰성 평가를 제공한다. 투과전자현미경 전체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도 개발품 호환성, 기본 성능, 내구성 등을 검증받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60㎸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도 만들 계획이다.
한철수 박사는 “이번 성과는 국내 자체적으로 투과전자현미경의 주요 구성품과 프로그램을 설계 및 제작한 것”이라며 “투과전자현미경 장비개발-신뢰성 평가-성능개선-인력양성-연구개발(R&D)지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국내 기술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형식 원장은 “분석과학기술 노하우와 연구장비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R&D 사업에서 불과 5년 만에 국산화 성과를 도출해냈다”며 “후속연구를 통해 국산 연구장비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