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조만간 시중 유동자금 흐름을 전환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 부문이 아니라 기업 투자 등 '생산'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당정은 21일 국회에서 국가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를 열고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투자'로 연결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자산시장 유동성 과잉이 부동산 가격 상승, 부채 증가, 자산 양극화 등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재정과 뉴딜펀드, 국민 참여가 모두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김진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코로나19로 대형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늘고 임대료 수익은 줄고 있는데 2년 사이에 (서울)강남과 여의도 빌딩 가격은 각각 35%, 20% 오르는 등 상당한 버블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금융 당국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을 줄여 줘야 한국판 뉴딜로 금융 자금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공을 위해 성과도 당부했다. 김 의장은 “K-유니콘 기업 프로젝트,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프로젝트, 한국판 뉴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국회에서 재정 투자계획을 예산에 반영해서 마련해 놨다. 남은 것은 시장의 금융 자금이 혁신 기업에 제대로 투자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 투자로 연결하기 위해 수익성 있는 투자처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한국판 뉴딜 분야, 신성장 동력, 벤처 창업에 대한 전방위 정책 지원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해 “기대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안정적 고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시장의 기대를 뒤집는 것이 유입 억제책의 핵심”이라면서 “유동성이 투기적 수요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주택 취득과 보유 매매 전 단계에 걸쳐 세제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부동산으로 몰리는 자금 흐름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1분기 중에 가계 부채 선진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크게 두 가지 정책을 활용할 계획”이라면서 “확대된 유동성을 질서 있게 조정하고, 혁신 분야 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 부위원장은 “늘어난 유동자금이 손쉽게 수익을 올리고자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과다하게 몰리고, 그로 인해 과도한 자산 가치 상승이 유발되지 않도록 강도 높게 제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비대면 경제 확산, 디지털화, 저탄소 경제 전환 등 위기 후 경제 질서를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도록 자금 흐름 통로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이날 당에서는 이낙연 대표, 김진표 의장, 변재일 부의장, 홍익표 정책위의장과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유동수·홍성국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