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개정, 올해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ISP)가 인터넷 트래픽을 내용, 유형, 제공업자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국은 2012년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정, 시행해 왔다. 주요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관리형 서비스 대신 특수서비스를 도입했다. 양자 모두 인터넷접속서비스와 네트워크 자원의 일부를 공유하지만 망 중립성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서비스를 말한다. 다만 관리형 서비스 개념은 트래픽 관리라는 기술 성격이 강해 서비스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우려가 있다.
이에 서비스 목적·용도·범위의 명확화를 위해 특수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 유럽연합(EU)은 특수서비스, 미국은 비인터넷접속서비스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상 특수서비스는 △인터넷 종단점(엔드 포인트)에 대한 일반 연결을 제공하지 않을 것 △특정한 용도에 국한된 서비스일 것 △네트워크 자원을 구분해서 이용하거나 별도의 트래픽 관리기술을 적용해 일정한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일 것이라는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서비스다.
둘째 특수서비스 제공 조건도 구체화했다. 특수서비스가 제공될 경우에도 통신사업자는 인터넷 접속서비스 품질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망 고도화를 지속하고, 특수서비스를 망 중립성 원칙 회피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등 이용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통신사의 인터넷접속서비스, 특수서비스 운영 현황과 품질 영향 등에 대한 정보 요청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특수서비스 제공 요건을 갖춘 경우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ISP에는 위법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특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는 ISP 특수서비스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기준의 의미가 각각 있다.
망 중립성 강화나 약화가 아니라 망 중립성 원칙을 재확인하고 특수서비스 요건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최근 인터넷 생태계의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ISP와 CP 간 최초의 합의로 이뤄진 정책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만 여전히 몇 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는 가이드라인 실효성에 관한 것으로, 법률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의 위법성 여부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또 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형태가 적절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은 당장 특수서비스 수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제 가이드라인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서비스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이지만 원격수술 등 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규제 문제도 해결돼야 할 것이다. 규제로 말미암아 어려움이 있는 분야는 특수서비스에 대한 실증사업이나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1년 반 넘게 망 중립성 연구반을 이끌면서 정부·기업·민간전문가 간 협업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된 점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참여한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가이드라인 개정을 계기로 고도화한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융합 서비스가 활성화돼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시기가 조속히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dysy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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