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반년 가까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등 민간발전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안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력판매사업자인 한전이 망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력판매시장도 일부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20일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6개월 넘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9월 1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된 후 특허소위에서 법안이 계류됐다.
개정안은 전기사업자인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직접 참여하도록 여지를 뒀다. 구체적으로는 한전 같은 시장형 공기업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재생 발전사업을 하는 경우에한정해 전기사업자에게 두 종류 이상 전기사업을 허가하도록 했다. 공기업이 나서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민간 기업이 동참해 산업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갑석 의원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해 공동접속 설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확보한 우수한 풍력, 영농·염전형 태양광 등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 지역주민 참여형 사업 등 공공이익에 부합하는 사업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전 또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참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발전사업자들이 보다 손쉽게 계통연결을 하도록 선제적 투자를 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망 중립성에 대한 사업자들의 우려가 불식되도록 보완적 조처도 취하도록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한전이 계통연계와 망 중립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자고 주문한 것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참여 의지를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풍력산업협회 등 국내 민간 발전업계는 전력판매·시장운영, 송·배전사업에서 독점 권한을 갖춘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까지 참여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 곳곳에서 중요한 인·허가를 담당하는 한전이 발전 산업까지 참여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전이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추진하지만 우리나라 풍력발전 산업은 주민 반대로 인한 인·허가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풍력발전 사업은 자금이 없어 진행이 되지 않기 보다는 주민 민원과 부지 인·허가 문제가 크다”면서 “한전은 적체된 신재생에너지 계통투자를 우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이 민간기업 신뢰를 얻으려면 망 중립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력판매 등 권한을 일부 개방하는 등 독점적 권한을 일부 내려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참여하기 위한 신뢰를 얻으려면 전력계통망 선입, 선출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는 정보 공개를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직접 전력거래계약(PPA) 등을 허용해 전력판매 시장도 경쟁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은 민간업계와 지속 소통해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송전선로를 구축하며 쌓은 경험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인·허가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면서 “민간 업계와 지속 소통하면서 해결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민간업계 반발에 法 개정 반년째 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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