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부 실형 선고에 대해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25일 결정했다. 이 부회장이 재판부 결정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국정농단' 뇌물 공여 관련 법률적 판단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날 박영수 특검팀도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 약 4년여만에 재판이 최종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이인재 변호사는 이날 “이 부회장이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5일은 이 부회장 측이 재상고장을 제출할 수 있는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이다. 재상고는 7일 이내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한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유무죄에 대한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재상고를 했을 때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실제 형사 재판에선 징역 10년 미만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경우에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 이 부회장 측이 양형 부당만을 이유로 상고하면 기각될 것이 확실하다.
일각에선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가 재점화된 점을 고려해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하고 하루 빨리 판결을 확정 받아 사면 요건을 충족하는 게 더 실리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영수 특별 검사팀도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은 2년 6개월로 최종 확정됐다. 2017년 2월 기소된 지 약 4년 만에 재판은 완전히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의 형 확정으로 사실상 총수 부재가 현실화된 삼성은 본격 비상 경영 체제 고삐를 죄고 있다.
2017년 그룹 해체 이후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해온 삼성은 일상적 업무는 최고경영자(CEO)가 결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총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은 이 부회장에게 '옥중 보고'하는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대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현안이 쌓여 있어 제한된 보고 체계와 정보로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삼성전자는 30조원 이상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 P3라인 투자 결정을 내려야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반도체 투자 확대 여부도 총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경제가 위기인 만큼 이 부회장 '특별 사면'과 관련한 여론도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 부회장 관련 특별 사면 요청 청원이 다수 등장, 수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