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3대 품목 중 '불화수소' 작년 수입량이 전년 대비 7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와 주요 기업들의 발빠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 움직임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한 불화수소는 약 938만달러 규모다. 전년 3633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74.2% 수직 하강했다. 전체 불화수소 수입량 중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2.2%에서 12.8%로 19.4%P 낮아졌다.
수입 물량도 급감세를 나타났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반입된 일본산 불화수소는 4942톤으로 집계됐다. 2019년 1만9835톤에서 75%가량 줄었다. 지난 2002년 4277t을 기록한 이후 18년 만에 4000톤대로 내려앉았다.
전체 불화수소 수입액은 7299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2019년 1조1292달러보다 4000만달러가량 줄었다.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 미국 등 주요 국가로부터의 불화수소 수입액이 나란히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중국이 전체 수입액 중에서 차지한 비중은 74.9%다. 하지만 수입액은 280만달러가량 감소했다. 일본 비중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 같은 불화수소 공급망 변화는 일본 정부 수출규제 이후 민·관이 함께 불화수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의존도를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솔브레인은 고순도 불산액 생산시설을 기존 대비 2배 확대하며 공급망 안정에 기여했다. SK머티리얼즈는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제품을 양산,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일본이 불화수소와 함께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 수입액은 전년 대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시장 활황과 함께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 건 수가 늘면서 수입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일본에서 수입한 포토레지스트(HSK 3707901010)는 3억2829만달러 규모다. 전년 대비 22.3% 늘었다. 일본의 비중은 전체 수입액 가운데 86.5% 수준이다. 불화폴리이미드(HSK 3920999010) 수입액은 2019년보다 12.4% 증가한 3536만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은 전체 수입액에서 93.8%를 차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올해 정부와 관련 업계는 불화수소에 이어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에서도 기술 자립화를 실현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미국 듀폰, 일본 TOK 투자유치를 끌어내며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내재화의 기반을 닦았다. 불화폴리이미드 품목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중국 수출에 나섰다. SKC는 자체 개발 기술 기반으로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품목은 이미 공급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앞으로는 우리 소부장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2020년 불화수소 수입 현황(단위 천달러, %)
자료:한국무역협회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