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임직원들에게 투자와 고용 창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옥중' 메시지를 전달했다. 총수 구속 후 어수선해진 삼성 분위기를 다잡고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7개 삼성 계열사 대표를 처음 만나 준법 경영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된 이 부회장은 26일 전체 계열사 사내 게시판에 “제가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향한 첫 당부의 메시지를 올렸다.
메시지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이 이 부회장 메시지를 대신 전달하는 형태였다.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사장 명의로도 각사 사내 망에 이부회장 메시지가 게시됐다.
이 부회장은 구속 사흘째인 지난 21일 변호인을 통해 앞으로 삼성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첫 번째 옥중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날 두 번째 메시지에선 임직원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앞으로도 삼성은 투자와 채용에 지속해서 힘을 실을 것이란 계획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 대상으로 메시지를 낸 건 2019년 11월 1일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말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국민과 약속한 투자와 고용 창출 등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저는 더욱 자숙하면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성찰하고 여러분과 함께 꼭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가족 여러분, 저의 부족함 때문에 다시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됐다”면서 “너무 송구하고 너무 큰 짐을 안겨 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심정을 고백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여러분께서는 묵묵히 일하며 삼성을 굳건히 지켜 주셨듯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한마음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최근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와 채용이 어려워질 것이란 안팎의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분위기 쇄신과 격려 차원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 P3 공장 등 대규모 국내외 반도체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삼성준법위는 삼성 서초사옥에서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삼성 최고경영진과 약 2시간에 걸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준법위가 각사 최고경영자와 자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서는 각사의 준법 경영 현황을 공유하고 앞으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준법 경영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준법 경영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삼성 준법위 관계자는 “이날은 준법 강화 세부 방안보다 처음 만난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앞으로 잘해 보자는 취지의 만남이었다”면서 “앞으로 삼성준법위와 삼성 최고경영자들이 만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