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기업들에 분담하는 이익공유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도 설계에서 '자발적 참여'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시장에선 온도 차가 크다.
이와 성격이 유사한 '협력이익공유제'가 갑질 기업의 면죄부로 활용됐다는 점도 이질감이 든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을 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매출이익 5%를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는 재난 극복을 위한 상생협력기금(사회연대기금) 신설을 담은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익을 많이 얻은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 일부를 사회에 출연, 피해가 큰 쪽을 돕자는 취지다.
세부 방안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현 정부의 국정 과제인 '협력이익공유제'와도 성격이 유사하다.
그러나 이 같은 협력이익공유제를 처음 도입한 기업은 대리점 갑질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남양유업이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6년 농협하나로마트에 자사 제품을 운송·진열하는 대리점의 동의 없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2%포인트(P) 인하, 대리점법을 위반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행위에 대해 동의의결제도를 진행했고, 피해구제책으로 협력이익공유제를 택했다. 동의 의결은 공정위가 조사하는 기업이 자진 시정 방안을 제출하면 이를 지키는 조건으로 처벌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남양유업 본사는 오는 2025년까지 농협 위탁거래에서 생기는 영업이익의 5%를 하나로마트 대리점에 나눠 주는 협력이익공유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이 이익공유제를 자진시정안으로 택한 건 '갑질 논란' 이후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남양유업이 당시 경제계가 도입에 반대해 온 협력이익공유제에 먼저 나선 만큼 피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 질서를 훼손한 기업이 고육책으로 활용한 제도를 단기 수익을 높였다는 이유로 정상 기업에 권유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이익공유제는 자발 형태가 돼야 하지만 이미 법제화까지 추진되고 있다. 참여 대상도 애초 언급된 금융·정보기술(IT)업계여서 부담이 적지 않다.
은행권 이자 수익 제한까지 언급되면서 결국 기업의 팔 비틀기 식으로 진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한 이익인지 제품 또는 상품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 등에 따라 발생했는지 성격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경제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올해와 내년의 경영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간 이익에 골몰하는 것에도 불편한 기색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