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노비치 '다뉴브강의 잔물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일본 도쿄 유학 중 만난 남녀가 서울 레코드점 앞에 멈춰섰다. 축음기에서 LP(Long Playing record)가 돌아가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2018년 SBS에서 방영된 성악가 윤심덕(신혜선 분)과 극작가 김우진(이종석 분) 관련 실화를 각색한 드라마 '사의 찬미' 한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축음기가 나오는 장면은 총 3번이다. 드라마 도입부 선실에서 울려 퍼지는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 서울 레코드점과 드라마 막바지 다시 선실에서 등장한다.
극 중 이벤트 발생을 알리는 매개체로 활용됐다. 처음에는 사건 발생과 이야기 시작을 알렸고 두 번째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서로에 대한 호감이 사랑으로 변하는 때, 마지막에는 죽음 직전에 등장했다.
축음기는 원반에 홈을 파 소리를 녹음하고 바늘을 사용해 녹음된 소리를 다시 음성으로 재생하는 장치다. 레트로 유행으로 MZ세대에도 LP와 더불어 익숙한 물건이다.
1857년 프랑스 L.스코트가 메가폰 밑바닥에 얇은 막을 붙이고 단단한 털을 단 다음, 유연을 칠한 종이를 원통에 감아 단단한 털 끝이 막에 닿는 장치를 만든 데서 역사가 시작됐다. 메가폰을 향해 말을 하면 음성이 기록됐고 이후 장치를 반대로 사용해 소리를 내는 장치도 개발됐다.
1877년 11월 21일 토머스 알바 에디슨이 음성을 기록하고 재생할 수 있는 최초의 축음기를 발명한 사실을 발표했다.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는 원통에 은박을 붙인 다음에 음파의 시각적 표현물을 은박을 붙인 원통에 새겨 넣어 작동하는 원리로 작동했다.
기록 중인 음성 진동에 반응하는 바늘을 사용하고 은박을 붙인 원통에 홈을 파 음성을 저장했다. 재생 바늘이 원통 위를 지나가면서 녹음된 소리가 재생됐다.
에디슨의 수많은 발명품이 처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처럼 축음기도 마찬가지였다. 에디슨은 축음기 발명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1878년 2월 축음기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고 세계에서 유명해졌다.
드라마 막바지 김우진과 윤심덕은 탑승자 명단에 이름 대신 '김수산'과 '윤수선'이라는 호를 적고 부산행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선실 축음기에서 다시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울려 퍼지고 둘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난다. 대한해협을 지나는 선상에 남은 것은 신발 두 켤레.
올해 코로나19로 제한적 상황에서도 모두가 각자 김수산과 윤수선을 찾길 바란다. 김수산과 윤수선은 극 중 서로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추억, 나아가 꿈을 의미하는 대명사였다. 종영된 '사의 찬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와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