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CES2021을 돌아보며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전자신문 DB>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전자신문 DB>

올해 54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및 소비자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2021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해 사상 처음 '올 디지털'로 개최됐다. CES 2021은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인 5세대(5G) 이동통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드론, 자율주행차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가속화를 알리는 한편 관련 최신 기술을 망라한 전시회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실감 영상 기술은 현실 또는 가상 세계에 영상 정보를 추가해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기술로, AR·VR·혼합현실(MR)로 분류된다.

대표 기술로 일본 파나소닉의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PYDR', 소니의 VR 콘서트와 함께 MR 기술을 활용한 영상 촬영 솔루션 '아톰 뷰'가 공개됐다. 일본 파나소닉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PYDR'는 차량 정보와 운행 경로 등을 자동차의 앞 유리에 설치된 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통해 표시함으로써 기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안고 있는 운전자 시선 분산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 소니는 VR 콘서트를 열고 가상으로 구현된 뉴욕의 콘서트 홀인 '소니 홀'에 싱어송라이터 '매디슨 비어'의 모션 캡처 정보를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해 진행했다.

둘째 AI는 인간의 지식 능력 일부를 인공으로 구현한 것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번 CES에서도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아우르는 다양한 AI 서비스 및 제품이 대거 발표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저화질 영상을 업스케일링하는 TV, 사용자의 세탁 패턴을 분석한 세탁·건조기, 주변 물체를 인식해 최적의 청소 경로를 찾는 청소로봇,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일상 전반을 관리해 주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 등 생활 전반에 AI를 적용한 제품을 발표함으로써 혁신상을 휩쓸었다.

AI가 생활 전반에 적용되면서 저전력으로 AI 연산을 수행하는 반도체 칩의 등장도 주목해 볼만하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100'에는 전작보다 AI 연산 성능이 대폭 강화된 3개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이로써 엑시노스 2100은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도 단말기 자체로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에지 컴퓨팅 능력을 갖추게 됐다.

또 삼성전자는 AI 능력을 한층 더 향상시킬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술 기반의 '스마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발표했다. AI, 빅데이터, 영상처리 등 애플리케이션(앱) 적용 시 최대 10배 이상의 속도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텔 또한 AI 가속기인 모비디우스 영상처리장치(VPU)를 선보이며 영상 처리 능력이 중요한 드론, 로봇, 스마트카메라, VR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셋째 자동차 분야에서는 전기차,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에 탑재가 기대되는 최첨단 기술이 공개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미래차가 나아갈 길로 교통사고 제로, 탄소배출 제로, 교통체증 제로를 제시하며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하며 자율주행 기술인 '슈퍼크루즈'를 오는 2023년까지 자사 자동차 모델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캐딜락 VTOL'이라는 수직이착륙기 디자인을 선보이며 앞으로 5년 또는 그 이후의 미래에 상용화할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대한 비전을 선보였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AI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 하이퍼스크린'을 발표했다.

사상 최초의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된 CES 2021은 디지털 입장권 없이도 대부분 온라인 중계가 됐다는 점에서 정보 비대칭이란 부분이 상당히 해소됐다. 현실에서 열리지 않은 탓에 의도치 않은 기술의 발견이 매우 어렵고, 실제 전시를 통한 사용자경험(UX)을 끌어내지는 못했다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CES 2021은 앞으로 이뤄질 많은 디지털 전시에 대해, 기업들이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팬데믹 사태를 기회로 삼아 기술을 활용해서 위기를 극복한 기업과 기존 기술의 미래를 흥미로운 방법으로 보여 준 CES의 노력은 높이 평가될 것이다.

한층 더 발전된 CES 2022와 참여 기업들의 기술 진보 및 혁신을 기대해 본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parkjgl@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