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에 서명했다. 탄소 중립에 미국도 동참하면서 유럽, 중국, 한국, 일본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의 공통 의제가 됐다. 한 해 2080조원의 에너지 시장과 3030조원의 자동차 시장을 놓고 탄소 중립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탄소 중립 선언에 힘입어 지난 2020년 한 해 풍력 72GW, 태양광 48GW, 수력 13GW 등 재생에너지가 133GW나 설치됐다. 이는 종전 최고기록인 2017년 83GW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 129GW보다 크다. 코로나19 경기 대응 7대 신형 인프라 투자에 송전설비,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시설 등 탄소 중립 사업이 3개나 포함됐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수송 분야의 전기화를 가속하려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46%로 증가했다. 특히 1분기에는 52%에 달해 화력, 원자력 등 전통 에너지 발전량보다 많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비중이 큰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30년 동안 54% 증가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14% 감소했다. 경제 발전과 에너지 소비가 분리 가능함을 보이는 사례로, 산업 분야 탄소 배출 비중이 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기술'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했다. 중국·유럽·미국처럼 내수시장이 크지 않지만 태양광, 배터리 등 분야에서 세계 기술 경쟁력이 있는 우리가 채택할 만한 전략이다. 바이든 정부와 그린뉴딜 동반 성장도 기대된다.
그러나 탄소 중립 전쟁의 무기인 그린뉴딜 기술 확보가 미흡하다. 재생에너지 가운데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태양광 모듈은 우리의 경쟁력인 변환 효율이 중국에 거의 따라잡힌 상황이다. 풍력발전 기술은 아직 유럽과의 격차가 크다. 국내에서 8㎿급 풍력터빈 기술개발 중이지만 선진국은 이미 12㎿급 제품을 상용화했다. 다만 정부가 선제 투자해서 육성한 배터리는 선방하고 있다. 기술 개발 규모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원자력 분야는 방사선 세계 시장 규모가 원전보다 4배 이상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역으로 원전에 4배 이상 기술 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개발비는 매년 8000억원 수준이지만 탄소 중립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3000억원대에 불과하다. 개발 기간 장기화와 기술 문제로 2050년 탄소 중립 기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매년 1500억원 정도 지원되는 핵융합 분야도 있다.
수소 분야 정부 지원 기술개발비가 지난 2015년 469억원에서 2019년 936억원으로 늘면서 수소경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수전해하는 그린수소에 대한 투자 비중은 매우 낮고, 그나마 수소차와 연료전지 중심이다. 수소차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료전지는 시장에서 가스터빈·배터리와 원치 않는 경쟁을 힘겹게 하고 있다.
탄소 중립의 관건은 재생에너지와 효율화·전기화다. 수송 분야는 중국·유럽·미국처럼 전기차와 전철·고속철 투자를 늘려야 한다. 산업 분야는 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탈탄소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건물 분야는 단열·열교환·열저장기술, 환경 분야는 자원순환·바이오·청정 기술을 각각 개발해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구는 하나이고 기후변화에는 국경이 없다. G7 정상회의에서 탄소 중립 적정 기술의 저개발국 지원을 제안하자. 탄소 중립 기술전쟁 속에 기후변화 공동 대응이라는 평화를 심자.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ctrim@ke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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