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또 논란…게임업계 '자율규제' 가치 지켜야

직접뽑기 아이템 확률만 공개 권고
이중뽑기·낮은 확률 제재수단 없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보완 목소리

리니지2M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인증 준수 마크
리니지2M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인증 준수 마크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상품이 등장했다. 현행 자율규제가 유료로 구입하는 랜덤박스 확률 표기만 권고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다시 확률템을 만드는 시스템은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이 최근 업데이트로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다. 과도한 사행성 유도로 일본에서 금지된 '컴플리트 가차'(뽑기)와 유사한 방식의 무기 제작 방식 때문이다. 게임 내 최고 등급의 신화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대의 역사서' 10장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8~10장을 제작하려면 '전설제작 레시피' 1개가 필요하다. 제작에는 확률이 적용된다. 제작에 성공하면 고대의 역사서가 되지만 실패하면 재료는 사라진다.

엔씨소프트는 고대의 역사서 획득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다. 제작 시 '실패 확률이 있는 아이템 입니다'라고만 안내한다. 현행 자율규제는 유료 재화로 구입하는 직접 뽑기 아이템 확률만 공개하도록 한다. 확률이 공개되지 않아 애초에 획득 확률이 몇 %인지, 고정인지 가변인지도 알 수 없다. 이용자는 최고 등급 무기를 얻기 위해 확률도 모른 채 돈을 쏟아 붓는다.

사행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000다이아짜리 '빛나는 날개 묶음 상자'에는 '성장의 날개' 148개가 들어 있다. 성장의 날개를 6개 합치면 '금빛 성장의 날개'를 만들 수 있다. 월드에서 20명만 가질 수 있는 '성장의 스킬북 선택 상자'를 뽑을 기회를 얻으려면 성장의 날개 1200개와 금빛 성장의 날개 200개가 필요하다. 이는 패키지 상품 17번을 사야 하는 분량이다. 5만1000다이아가 소모된다. 143만원어치를 구입하면 5% 확률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실패하면 '전설레시피조각상자'를 주는데 여기서 50% 확률로 전설 레시피 조각 1개를 준다. 이 레시피 조각을 다시 10개 모아서 고대의 역사서를 만들게 한다. 최소 1430만원이다. 고대의 역사서는 10장이 다 모이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아이템으로, 계속해서 돈을 쓰게 유도한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자율규제 준수 기업이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인증마크도 부여받는다. 그러나 사실상 이중 뽑기, 지나치게 낮은 확률은 제재할 수단이 없다. 한 예로 리니지2M 게임 속 성장의 날개 상자 구성품 '창술사'(어스퀘이크 스톰프) 획득 확률은 0.000008%다. 자율규제는 확률만 공개하면 되기 때문에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상관없다.

엔씨소프트는 1일 “이용자 의견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