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51>찬반과 관통

'프로스 앤드 칸스.'(Pros and Cons) 회의 때면 자주 등장하는 영어 관용구다. 여기에 걸맞은 우리말은 모호하다. 흔히 장점과 단점 정도로 표현된다. 그러나 실상은 찬성 또는 반대 논리나 근거라는 어감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찬성 논지'와 '반대 논지'라는 번역이 더 어울릴 법하다.

혁신만큼 논쟁 많은 주제도 없다. 대개 혁신이란 여하간 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러니 번거롭고 귀찮은 존재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화엔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혁신엔 감정에 논리와 셈법이 낀 골칫덩이가 되기 일쑤다.

거기다 세상에는 반대 방향을 지목하는 근거가 수도 없이 널려 있다. 서로 반대 근거를 하나씩 대다 보면 어느 순간 물러설 수 없는 다툼이 된다.

신제품 개발을 놓고서도 다른 시각은 넘쳐난다. 한 전문가는 신제품이 수익을 내려면 자신의 기존 제품과 충돌하지 않는지 따져보라고 한다. 자기가 만든 제품이 자기 시장을 갉아먹고서 어떻게 큰 수익이 나겠냐는 논리다.

그러니 이런 자기잠식효과는 따져봐야 할 일이 된다. 어떤 사람은 종래의 개발 방식이라면 피할 도리가 없다고 본다. 새로 출시된 4중날 면도기는 그제까지 잘 팔리던 3중날 면도기 시장을 잠식하기 마련이다. 다이어트 콜라가 새로 차지한 시장은 기존 콜라가 뺏긴 시장이다. 미용·위생용품 브랜드 도브가 방취제를 내놓아 대박을 냈지만 정작 자매 브랜드 링스의 매출은 줄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니 세 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총수요 대신 증분을 따지라. 둘째 습관성 소비를 따져 행동하라. 셋째 자기 제품 대체가 필요한 최적 시점에 행동하라.

그러나 여기에 반론도 얼마든지 있다. 최고 기업들은 수지 흑자 상태가 가장 좋은 자신의 제품부터 바꾼다는 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차피 변화는 생기기 마련이다.

세탁세제를 한번 보라. 누군가 찬물에 잘 녹는 세제를 내놓으면 우리라고 가만있을 수는 없다.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비슷한 새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거기다 도전은 느닷없이 찾아온다. 세탁기를 한번 보라. 자기들끼리 한참 경쟁하더니 자동세제투입 기능을 내놓는다. 세제 양을 줄인다고 광고까지 한다. 점점 무턱대고 한 움큼 더 털어 넣는 소비자도 준다. 결국 좀 비싸지만 한 줌만 쓰면 되는 농축세제를 내놓지 않고서야 버틸 도리가 없다.

애플도 빠뜨릴 수 없다. 아이팟 미니가 한창때 나노를 내놓았다. 나노의 매출 상당수는 미니 몫이었다. 아이팟이 잘나가던 시절엔 아이팟 기능을 넣어 아이폰을 내놓는다. '당신이 하지 않으면 누군가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은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이런 상반된 조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둘 다 나름의 정답일 테다. 신제품 수익성을 따지는데 자기잠식효과를 거른다면 분석은 허풍일 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내 시장을 잠식하고 말 것이다.

거기다 세 번째 조언도 있다. 원래 회사명이 '미네소타광업제조사'라는 긴 이름인 3M의 원칙이다. 이들처럼 4년 동안 신제품으로 30% 매출을 매번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두 방법 가운데 뭐든 상관이 있을까.

결국 이쪽저쪽에서 혁신이 있다면 거기를 관통하는 혁신 방식도 있는 법이다. M으로 시작하는 세 단어를 이름에 품은 이 기업은 여러모로 관통의 미학을 터득했나 싶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51>찬반과 관통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