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양자점을 활용한 반도체 성능을 저해하는 새로운 요인을 찾아냈다고 3일 밝혔다.
양자점은 지름이 2~10나노미터(㎚) 수준인 반도체 입자다. 크기에 따라 다른 주파수의 빛을 방출하는 등 독특한 성질을 지닌다. 다양한 기술이 응용 및 연구되고 있다.
양자점과 같은 반도체에는 전자가 머무를 수 있는 특정 궤도(에너지 준위)들로 구성된 두 개의 밴드가 존재한다. 전자가 차 있는 아래쪽 밴드를 '가전자대', 전자가 비어있는 위쪽 밴드를 '전도대', 둘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밴드갭이라 부른다.
외부 에너지(빛)를 받은 전자는 이런 밴드갭을 넘는다. 이를 들뜬(excited) 전자라고 부르며, 전자가 사라진 빈자리를 정공(hole)이라 한다. 시간이 지나 에너지를 잃게 되면, 전자는 다시 낮은 에너지 준위로 돌아와 정공과 재결합한다.
양자점 기술 핵심은 전도대로 들뜬 전자가 어떤 경로를 거쳐 정공과 재결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들뜬 전자가 빛을 다시 방출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와 정공과 결합하는 경우, 이 빛을 디스플레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들뜬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빛으로 생성된 전자와 정공을 이용해 전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가전자대에 생성되는 정공의 영향 때문에, 복잡한 전자전이(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바뀌는 것)를 명확히 관찰하기 어려웠다. 또 기존 기술은 전자 동력학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100펨토 초(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시료를 분석하는 '펨토초 시분해 분광법 펨토초 시분해 분광법'을 이용해 '자가도핑 양자점' 전도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자 전이만 선택적으로 실시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자가도핑 양자점은 전도대 일부가 전자로 차 있는 입자로, 가전자대의 정공의 영향 없이 전도대 내부 전자의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관측하기 유리하다.
약 1피코 초(1조 분의 1초) 내에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인트라밴드 오제현상'이라 명명했다.
제1저자인 임준형 연구교수는 “들뜬 전자가 빛 방출 없이 정공과 빠르게 재결합하는 '오제현상'은 발광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양자점의 응용에 있어 해결과제로 여겨져 왔다”며 “기존 보고된 오제현상 외에 전도대에서도 새로운 비(非) 방사 결합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행 단장은 “전도대 내 전자 전이만을 선택적으로 관측한 결과 양자점 기술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또 다른 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후속 연구로 새롭게 관측된 '인트라밴드 오제현상'에 대한 연구는 기초과학 측면에서 새로운 자연 현상을 발견한 것이며 응용 측면에서는 반도체 양자물질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셀(Cell)'의 자매지인 '매터(Matter)' 1월 30일자(한국시간)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