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대면 소비 영향으로 급성장한 국내 T커머스 시장에서 사업자 간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신세계TV쇼핑이 수익률 선두 업체로 올라섰고, KTH(K쇼핑)는 후발 사업자에 추격을 허용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토아, 신세계TV쇼핑, K쇼핑, W쇼핑, 쇼핑엔티 등 T커머스 주요 5개사 모두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T커머스 전체가 연간 흑자를 거둔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양방향 디지털 환경이 조성되면서 T커머스가 외형과 내실을 동시에 키우며 TV홈쇼핑에 버금가는 핵심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SK스토아와 신세계TV쇼핑의 약진이 돋보인다. 양사 모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200억원을 넘어섰다. SK스토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208억원으로 전년 대비 40배 늘었다. 실적을 공개하기 전인 신세계TV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세계TV쇼핑은 2019년 영업손실 37억원으로 유일한 적자 업체였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6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717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연간 매출(1621억원)을 넘어섰다. 취급액 기준 SK스토아에 이은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드림앤쇼핑을 인수하고 신세계TV쇼핑을 출범시키면서 T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까지 적자 늪에 빠져 있었지만 그룹사 협업에 힘입어 외형과 수익을 대폭 끌어올렸다.
신세계TV쇼핑은 T커머스 가운데 처음으로 모바일 라이브방송을 선보인 후 계열사 SSG닷컴과 적극 협업하며 외형을 키웠다. 방송무대 디지털화를 통해 연간 제작비를 50%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도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반면에 그동안 강자이던 K쇼핑은 SK스토아에 이어 신세계TV쇼핑에 역전을 허용했다. 매출과 수익 모두 3위로 내려앉았다. 2012년에 출범한 K쇼핑은 선두 지위를 유지했지만 경쟁사 대비 성장세는 둔화됐다. 지난해 K쇼핑 영업이익은 19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6억원이다. 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채널 변경에 따른 지급수수료 증가로 영업비용이 6.0%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 KTH는 미디어커머스 진출 등 사업 차별화에 나선다. 오는 7월에는 KT엠하우스와의 합병도 예정돼 있다. KT엠하우스는 모바일 쿠폰 분야에 장점이 있는 만큼 양사 커머스 사업을 결합, 디지털 커머스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목표다.
다른 T커머스 사업자 역시 실적 성장세를 이어 갔다. W쇼핑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신장률은 70%에 이른다. 쇼핑엔티도 흑자 기조를 이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T커머스는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T커머스는 리모컨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양방향 데이터 쇼핑이다. TV홈쇼핑과 유사하지만 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만 가능하다. TV홈쇼핑보다 유연한 상품 편성 변경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 사업자들이 황금 채널로 속속 진출하는 데다 비대면 소비 혜택까지 보면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사업자별 상품 경쟁력 확보와 콘텐츠 차별화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