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e커머스, 덩치는 커졌지만 여전히 적자

11번가·위메프 등 대다수 업체 적자
식품 등 저마진 상품군 매출 집중
플랫폼 공룡 맞서 출혈경쟁 불러와
거래액 폭증에도 돈 못버는 기형구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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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커머스 업계가 지난해 실속 없는 성장을 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외형은 급속도로 커졌지만 대다수 업체가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 성장이 식품·생필품 등 저마진 상품군에 집중된 데다 신규 진입 확대로 출혈 경쟁도 심화됐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대비 19.1% 증가한 161조123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민간 소비 증가분을 온라인 채널이 독식했고, 비대면 소비에 따라 e커머스 시장이 특수를 누렸다.

그럼에도 대부분 업체는 밑지는 장사를 했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98억원으로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다. 위메프는 영업손실 540억원으로 손실 폭은 줄였지만 적자를 이어갔다. 비용 부담이 큰 직매입 사업을 대폭 줄여 사업 효율화를 꾀했음에도 수익성 개선 효과가 미진했다.

실적 공개를 앞둔 다른 e커머스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티몬은 작년 3월 첫 월 단위 흑자를 기록했지만 연 단위 적자는 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SSG닷컴도 흑자 전환 기회를 올해로 미뤘다. 쿠팡은 거래액 볼륨이 대폭 커졌지만 물류센터 방역 비용 등 일회성 지출이 크게 늘며 여전히 천문학적 적자 규모를 이어갔을 전망이다.

장사는 잘했어도 돈은 못 버는 기형적 사업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 경쟁 격화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고 고마진 상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전체 거래액은 늘었지만 패션·뷰티 판매가 부진하며 저조한 마진율 때문에 기대만큼 수익성을 높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온라인 식품 매출은 25조9743억원으로 전년대비 53.1% 급증하며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생활 관련 판매도 44.3% 늘었다. 반면에 고마진 상품인 패션은 7.5% 소폭 신장에 그쳤고 서비스 상품은 오히려 5.4% 역신장 했다.

경쟁 심화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유통 대기업이 늘어난 데다 네이버 등 플랫폼 공룡에 맞서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면서 출혈 경쟁이 발생했다. 여기에 방역 비용 같은 일회성 지출이 크게 늘면서 영업손실율도 커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어려운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업태 간 영역이 무너지고 신규 진입이 확대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마켓컬리, 무신사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 커머스 기업들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덩치가 커진 e커머스 시장 파이를 나눠먹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체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1번가는 미국 아마존과 제휴를 통해 거래액 확대에 나섰고 신세계는 네이버와 협력 시너지 모색에 나섰다. 시장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매각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출혈경쟁이 심화될수록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은 탈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빨라지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 재편이 본격화 됐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