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시리스 렉스(OSIRIS-REx)'는 지구로부터 3억3400만㎞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서 표면 흙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도 이에 앞서 성과를 거뒀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5년 하야부사1을 소행성 이토카와로 보낸데 이어, 2018년 하야부사2를 소행성 류구로 보냈다. 오시리스 렉스 수준은 아니지만 표본도 채취했다.
우주 선진국들은 '미지의 천체' 소행성 탐사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실제 성과도 내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성과다.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을 시작으로 발사체 개발 및 발사에도 성공했다. 최근 달 탐사에도 도전하고 있지만 소행성 탐사 관련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러던 최근 한국천문연구원이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전했다. 아포피스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소행성이다. 지름은 390m로,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보다 조금 크다. 확률이 낮지만 지구와 충돌 가능성을 가진 '지구위협 소행성'이다. 그만큼 지구에 가까이 접근한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로부터 3만1000㎞ 지점까지 다가선다. 정지궤도 위성(3만6000㎞)보다 가까이 다가오는 셈이다. 지구와 아주 유사한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접근했을 때 거리가 매우 짧다. 7~8년 주기로 지구와 근접하는데, 이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우주 관련 기술력이 다소 부족한 우리나라에는 엄청난 기회가 된다. 오시리스 렉스처럼 굳이 3억㎞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소행성을 마주할 수 있다. 관련된 일을 맡고 있는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이 '1000년에 한 번 오는 소행성 탐사기회'라고 얘기할 정도다.
천문연이 제시한 미래 시나리오는 이렇다. 2026년까지 위성과 탑재체 등을 개발하고, 늦어도 이듬해 초까지는 우주로 쏘아 보낸다. 2028년 연말에는 아포피스로 도착해 2029년 하반기까지 갖가지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위성을 아포피스와 같은 속도로 이동(랑데뷰) 시키면서 구조와 형상, 무게중심 등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 소행성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향후 아포피스의 지구위협을 보다 명확하게 예측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소행성에는 착륙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매우 작지만 지구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소행성인 만큼, 가급적 큰 힘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신에 아주 작은 초소형 로봇을 근접탐사에 활용하는 안은 검토 중이다.
최 본부장은 사업이 실제 수행된다면 대부분 우리기술로 탐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탐사위성의 경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차세대 소형위성' 쎄트렉아이의 민간위성을 활용할 수 있다. 촬영을 위한 탑재체의 경우 천문연이 이미 상당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발사체는 당연히 누리호를 활용하면 된다.
다만 현실화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소행성에는 주인이 없다. 먼저 탐사에 나서겠다고 계획을 밝히고, 관련 학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남들보다 늦게 손을 들면 기회를 놓칠 공산이 크다.
최 본부장은 “아포피스처럼 큰 천체가 이 정도로 지구 가까이 지나가는 일은 매우 드문 일로, 매우 수월하게 소행성 탐사를 이룰 수 있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나서게 되면, 그동안 쌓은 우주 관련 역량을 밖으로 드러내고, 위상도 한 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