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은 지난 2002년 7월 1일 시행됐다. 우리나라 월드컵 4강 신화가 쓰인 바로 직후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축구도 많이 발전했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의 성장은 눈부시다.
2001년 당시 3조원대이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2년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쇼핑 거래 금액이 전체 소매 거래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기준 24.1%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1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전자상거래법은 여전히 2002년 당시의 낡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친숙했지만 지금은 낯선 '통신판매업자' '사이버몰' 등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제는 일상이 된 모바일쇼핑, 온라인 플랫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은 당시 미처 생각지도 못했거나 막 태동하던 개념이었기 때문에 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2002년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현실 변화에 대응하고자 했지만 이 분야 발전은 너무나도 빨랐다. 몸은 이미 성인이 됐는데 입고 있는 옷은 아직 아동복인 셈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우리나라 못지않게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2019년 현대식 전자상거래법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에서도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입법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 방침을 밝혔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개정 작업 시 고려됐으면 하는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해 본다.
첫째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법률 용어 및 체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지만 정작 통신판매 사례는 전자상거래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개편,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기본법으로서의 전자상거래법 위상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범위가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는 검색·결제·배송 등 거래 각 단계에서 여러 혁신을 이루며 전자상거래 분야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소비자가 개별 입점 업체보다는 플랫폼 사업자를 신뢰해서 거래하는 경향 역시 두드러진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계약 상대방에 대해 소비자의 37.7%는 플랫폼 사업자, 34%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사업자 모두라고 각각 답했다. 전통 계약법 시각으로만 보면 소비자 답변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지만 전통 계약법 이론은 온라인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이 계약 체결 및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에 이들의 도움을 통해 비대면 거래를 영위하고 있다. 실제로 다수 소비자가 플랫폼 사업자를 자신의 계약 상대방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거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전통 계약법 이론과 온라인 상거래 현실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전자상거래 분야 혁신을 지속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셋째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불필요한 역차별 논란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 사업자가 받는 규제와 관련해 간혹 해외 사업자가 열외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소비자 보호나 공정경쟁 관점에서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따라 법 개정 작업에서 이러한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만큼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은 어렵고도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다. 변화된 거래 현실에 잘 부합하는 법안이 관계자, 전문가들의 진지한 검토를 거쳐 조속히 입법되기를 기원한다.
서정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jseo@hnr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