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대형은행 등 금융권이 핀테크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투자를 강화하고, 약 1조원에 이르는 시드머니를 투입한다. 개화하는 마이데이터 산업은 물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금융 고도화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행보가 이어진다.
디지털금융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 및 서비스가 생존에 필요한 핵심 키워드가 된 만큼 조기에 '될성부른 떡잎'과 협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형태로 지원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8일 전자신문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 등 대표 금융사의 올해 스타트업 직간접 투자 예상 규모를 집계한 결과 9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계열사가 직접 투자하거나 벤처투자 계열사가 집행하는 금액까지 더해지면 총투자 규모는 훨씬 커진다.
KB금융지주는 KB그룹과 협업해 혁신 서비스에 도전하는 기술 스타트업을 'KB스타터스'로 선발하고 제휴·투자를 추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도모하고 있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지난해 기준 KB스타터스 111개사를 선발했다. KB금융그룹과 KB스타터스 간 누적 업무제휴 건수는 174건에 달한다. KB금융 계열사에서 총 523억원 투자를 지원했다. 올해 직접투자 등 자금을 약 200억원 가까이 늘렸다. 누적 700억원 투자 집행을 목표로 세웠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스타트업 멘토링과 사무공간을 지원하는 '원큐애자일랩'을 운영, 총 97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벤처스 등 전체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를 합쳐 누적 1158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이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와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 및 글로벌 진출 협약을 맺었다. 원큐애자일랩과 서울시 서울핀테크랩이 협력,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유치를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 진출과 사업 확장을 원하는 해외 스타트업을 선발하기 위한 '원큐애자일랩 글로벌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 대상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과 현지 스타트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앤플레이와 협력,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일본·싱가포르 진출 지원 로드맵을 짰다.
신한금융은 지난해에만 128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지난해 조성한 '원신한퓨처스펀드'로 투자 규모를 확대한다.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부터 '디노랩'(디지털 이노베이션 랩)을 운영하며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나섰다. 지난해까지 직접투자 규모가 54개 기업에 걸쳐 누적 45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기업당 최대 10억원 수준으로 연간 약 200억원 투자 집행이 목표다.
NH농협은행은 스타트업 지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NH디지털 챌린지플러스'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누적 120개 기업을 선발했다. 외부 투자를 원활히 유치할 수 있도록 데모데이와 인베스터데이 등을 운영하며 자립을 돕는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핀테크 분야는 물론 전 산업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KDB산업은행은 스타트업의 외부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넥스트라운드'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넥스트원'으로 세분화,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넥스트원은 스타트업 15개사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8개사가 7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산업은행은 벤처금융본부 기준으로 지난해 5765억원 규모의 신규 투·융자를 승인했다. 올해 안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털을 설립, 현지 스타트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IBK창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43개 기업을 육성했다. 누적 투·융자 지원이 1867억원에 이른다.
금융 핀테크랩 고위 관계자는 “전통 금융사가 자체 기술만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홀로 생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중장기로는 직접투자와 인수합병(M&A)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표]금융권의 주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지원 현황 (자료: 각 사 취합)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