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 논의가 활발하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C) 약자로, 투자기관이나 자산운용사 및 펀드 관리자들이 투자할 때 기업의 비재무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틀)를 말한다. 사회 책임, 지속 가능성 등 개념과는 강조하는 방점과 용어 사용자 그룹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 가치 창출을 지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본질에서는 동일한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ESG라는 용어는 주로 금융 투자와 관련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투자 성과 측면에서 ESG경영 기업은 지속 가능성이 타 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장기로 리스크 조정 이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주장의 주된 논거다. ESG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책임 있는 자본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ESG는 지속 가능 경영이 지향하는 영혼 있는 기업,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 책임 있는 투자라는 세 가지 축 가운데 하나인 책임 있는 투자를 구현하고자 하는 일련의 체계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ESG를 투자 결정의 주요 요소로 운용함으로써 투자를 통해 기업을 변화시켜 기업들이 우리 사회와 글로벌 난제 해결의 주된 플레이어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 나가려는 것이다. 즉 자본의 사회 가치를 시현하는 것이다. 7조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성을 핵심 지표로 삼겠다고 밝힌 이후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되고 있고, ESG펀드 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둘째 ESG경영은 경영 혁신의 일환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ESG경영을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ESG 구성 요소는 매우 광범위해서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는 경영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ESG경영을 전략 차원에서 추진, 도입에 따른 부담 최소화 전략이 필요하다. ESG도 경영전략과 효율 높게 통합해 추진될 때 경제 성과를 올리면서 사회 가치 창출도 이뤄 낼 수 있다. ESG 여러 요소 가운데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나아가야 한다. 업종·기업·생산제품 특성을 반영해 녹색기술 개발, 에너지 포트폴리오 변경, 공정, 상품 및 서비스, 패키징 개선 등 여러 분야 가운데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혁신 방법론을 적용해 추진한다면 큰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혁신 활동으로 미래의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ESG 투자는 '투자와 참여'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투자 기업들의 경영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ESG경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실제 경제 활동과 교역·무역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할 공산이 아주 높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축적·보유한 기후변화 대응 능력 격차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파리협정 복귀를 천명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 강도가 더욱 강해질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담은 기존 환경기준(규격) 상향 조정, 국경 통과 교역 상품에 대한 탄소세 부과, 배출권 거래 부담, RE100이라는 자율 협약 베이스의 공급망 참여 제한·배제를 통한 사실상 강제화 등 다양한 모습을 띨 것이다. 점차 압박 강도가 높아지게 되면 교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조치다. 앞으로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ESG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SG경영 활동을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추진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경영 환경 장기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확실하게 감소시키고 경쟁력 우위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ESG경영을 하면 이외에도 경영상 여러 이점이 많다. 국제사회 지침 및 협약, ESG 관련 이슈 등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경영이념과 전략이 체계화되고 경영 투명성도 확립된다. 이와 함께 가치소비 추세에 부합해 소비자 로열티가 제고되고, 고객만족 경영에 도움을 주며,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여 매출 증대를 가져온다. 종업원 만족과 능력 제고로 생산성 및 품질이 향상된다. 또 인성과 능력을 겸비한 우수한 인력 유치에 유리하다. 비재무 리스크를 예방해 공급망 관리시스템을 안정 구축하며, 투자에 필요한 자본 조달 용이 등 전반에 걸친 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게 된다.
다섯째 ESG 방식의 접근은 투자자 등 금융계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필요하다. 국제 사회의 가치 경영 골격을 이루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사회 책임 지침인 ISO 26000은 사회 책임 범위를 기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영리·비영리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용어도 CSR(기업의 사회 책임)이 아니라 SR(사회 책임)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 ESG는 대세가 됐다. ESG를 조직의 경영·혁신 전략으로 통합할 부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ESG경영을 통해 경제도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도 업그레이드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이계형 단국대 석좌교수 hyungle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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