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첫 정수기가 내달 중순 출시된다.
초기 투자가 적은 만큼 당장 큰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과 공격적 가격정책, 패키지 전략 등으로 강력한 후발주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상존한다. 12년 만에 국내 정수기 시장에 재진출하는 삼성전자의 파급력이 어떨지 업계가 주목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첫 정수기 제품을 3월 셋째 주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가격정책과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내달 출시하는 삼성 '비스포크 정수기'는 직수형 언더싱크 제품이다. 제품 색깔과 기능을 선택 구매할 수 있는 모듈형으로 개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맞춤형 기능을 제안하는 특징도 있다.
삼성전자는 1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1'에서 처음으로 제품을 공개했다. 냉장고에 탑재된 정수기가 아닌 단일 상품으로는 처음인데다 이를 계기로 렌털 사업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출시 한 달여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공격적 가격으로 직접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20여개 삼성디지털프라자를 거점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삼성전자서비스·전문 업체에서 설치·유지·관리를 전담하는 구조다. 초도 물량은 4000~5000대가량 출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시장에 진출하는 데다 렌털이 아닌 직접 구매 방식이라 초반에 많은 물량을 출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가격 역시 LG전자 등 경쟁사와 비슷한 선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로 매년 성장하지만, 대부분 렌털 구매가 주를 이뤘다. 판매 역시 코디(코웨이), 플래너(청호나이스) 등으로 불리는 인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영업과 제품 관리를 담당했다. 실제 시장 1위 코웨이는 1만3000여명 코디를 보유해 막강한 영업망을 구축했다. 2009년 시장에 뛰어든 LG전자 역시 3000여 명 인력을 확충해 직접 영업과 렌털 판매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임에도 경쟁사들과 달리 대리점 직접 판매를 시도한다. 전문 영업·관리 인력을 확보하고, 렌털 시스템까지 구축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정수기 제조업체 오비오와 합작개발생산(JDM)한다. 판매는 기존 가전 유통망을 활용하고, 설치·관리 역시 협력업체가 담당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초기 투자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 라인업에 정수기를 추가해 패키지 전략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제품 역시 직수형 언더싱크 형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가지는 브랜드 파워, 공격적 판매전략 등을 우려하고 있다. 렌털 방식은 아니지만, 파격 프로모션과 함께 3~5년 무이자 할부 정책까지 펼칠 경우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재 정수기는 렌털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생활케어 제품 렌털 계정(신규·유지 사용자)수는 코웨이가 약 640만개로 압도적 1위다. 2위를 두고 LG전자(약 270만개), SK매직(약 200만개), 쿠쿠홈시스(약 180만개), 청호나이스(약 150만개) 등이 뒤를 잇는다. 총 계정 수 50~60%가 정수기 렌털 부문이다.
같은 후발주자에다 대기업인 LG전자는 시장 진출 약 9년 만에 100만 계정을 돌파했다. 삼성전자가 단일 라인업에다 영업 핵심인 전문인력, 렌털 정책이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 렌털을 안하더라도 전문 렌털업체를 통해 일부 진행할 수 있지만, 업체 대부분이 자체 정수기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단순 정수기 판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비스포크 라인업 확대와 해외 진출 등을 노린 포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