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관리부실에도 진짜 액셀러레이터는 고공비행

부실한 관리·감독에서도 초기창업 생태계는 꿈틀대고 있다. 기수별로 유망 기업을 발굴해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춰 육성하고 극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도 늘고 있다. 독립계 전업 액셀러레이터부터 벤처캐피털과 협업 체계를 이룬 액셀러레이터, 기술지주회사, 개인투자조합을 중심으로 한 전문엔젤형 액셀러레이터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14일 창업기획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대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초기 창업생태계에 118억원에 이르는 초기투자를 실시했다. 26개 기업에 평균 4억5000만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 밖에 유스업파트너스가 100억원, 슈미트가 94억원,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73억원, 프라이머 시즌5가 60억원을 투자했다.

액셀러레이터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대학의 기술지주회사다. 대학이 보유한 보육공간과 연구개발(R&D) 지원부터 사업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서울대 기술지주외에도 포항공대기술지주, 미래과학기술지주, 한국과학기술지주 등 다양한 기술지주회사가 초기 투자 시장에서 역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과거 학교라는 특성상 책임 있는 투자가 쉽지 않았지만 개인투자조합 등 투자 방식이 다양해지고 액셀러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여러 지원 기능이 결합하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슈미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프라이머, 퓨처플레이, 씨엔티테크 등은 최근 액셀러레이터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다. 이른바 배치(Batch)로 불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수 단위로 유망 기업을 선발해 체계적인 보육과 초기 투자를 동시에 지원한다.

스타트업계 안팎에서는 이들 상위 액셀러레이터의 배치 프로그램을 거쳤다면 후속 투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따놓은 셈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지난해 슈미트는 21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50개, 프라이머 시즌5는 28개, 퓨처플레이는 28개, 씨엔티테크는 43개 기업에 투자했다.

팁스(TIPS)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견·중소기업도 액셀러레이터의 주축 가운데 하나다. 인포뱅크는 지난해 28개 기업에 42억원을 투자했다. 기업의 추가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시작한 초기기업에 대한 보육·투자가 전체 창업 생태계에 긍정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인포뱅크의 TIPS프로그램을 거친 한 창업자는 “여타 액셀러레이터와는 달리 기업 관점에서 투자를 실시하는 만큼 간섭이 덜하고 창업자의 마음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엔젤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액셀러레이터도 있다. 유스업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유스업파트너스는 현재 22개에 이르는 개인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보육 기능에 중점을 둔 여타 액셀러레이터와는 달리 엔젤투자를 통한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액셀러레이터라는 표현보다는 법인형 엔젤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평도 적지 않다.

중기부에 등록하지 않았지만 보육과 초기투자라는 액셀러레이터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벤처캐피털(VC)도 적지 않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대표 사례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기수 중심 기업 발굴과 육성, 초기투자라는 액셀러레이터의 대표 공식을 따르며 초기창업생태계에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스파크랩 등 겸영 창업투자회사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액셀러레이터가 다양한 방식으로 초기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는 만큼 지나친 규제로 획일화하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액셀러레이터를 비롯한 초기투자 생태계가 이제야 제대로 열리기 시작한 만큼 정부에서도 이왕 제도를 만들었다면 관리·감독으로 옥석을 가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 2020년 투자실적 상위 20개 액셀러레이터

자료:창업기획자 전자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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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