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리스트 사태로 위축됐던 조직을 추스르고 문화체육관광 정책을 이끌었던 박양우 장관이 근 2년 만에 세종청사를 떠났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황희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이후 세종청사에서 비대면 이임식을 열고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박 장관은 “장관직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는 결심을 하고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잘한 일보다는 부족하고 미흡했던 일들이 먼저 생각난다”며 “특히 지난 1년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를 만나 모두가 악전고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가 흘린 피땀에도 불구하고 종교·문화예술·콘텐츠·체육·관광 등 우리 소관 분야는 아직도 무척 힘든 상황”이라며 “온전한 회복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다가올 코로나 이후는 문화가 대세인 시대가 될 것”이라며 “문체부가 감당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지고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특히 평소 누누이 강조했던 '문체부는 국민정신·행복부, 국가경제부, 국가통일부'라는 소신을 언급하며 “문체부가 문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범정부 차원에서 주도해가는 중차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칙을 알되 변통을 모르면 고착되고, 변통을 알되 원칙을 모르면 일그러진다'는 뜻의 고사성어 '경니권패(經泥權悖)'를 인용하며 “급변하는 현장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실사구시의 정책을 제때 공급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임식에 앞서 이날 오전 문체부의 모든 부서를 일일이 찾아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격려했으며 부서별로 추진 중인 정책과 현안 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자실을 방문해 블랙리스트로 위축된 조직 문화의 정상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소임은 다했으며 후임 장관에게 넘겨줄 때가 됐다는 등의 판단에 따라 개각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문화행정 전문가인 박 장관은 2008년 문체부 차관직에서 물러난 뒤 중앙대 예술경영학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하다 2019년 4월 제51대 문체부 장관에 올랐다. 박 장관은 퇴임 후 중앙대 교수로 돌아간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