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품 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전방 수요처인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가 우려되면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커지고, 특히 자동차가 똑똑한 자율주행차로 진화하면서 자동차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 협력사인 자화전자는 최근 현대자동차 전기차 플랫폼 'E-GMP'에 들어갈 PTC 히터를 수주했다. 2022년 출시 예정인 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6'에 자화전자 PTC 히터가 들어간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고, PTC (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히터는 전기차 내에 일정 온도를 유지해주는 난방 장치다.
자화전자는 올해 생산 준비를 한 뒤 내년부터 연간 30만대 규모 PTC 히터를 공급할 계획이다. 금액으로는 약 70억원에 이르는 물량이다. E-GMP는 현대차가 전기차 사업 육성을 목표로 준비한 플랫폼인 만큼, 자화전자의 PTC 히터도 5년 이상 장기 공급이 예상된다. E-GMP용 PTC 히터는 자화전자와 두원공조가 납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화전자는 수소차 '넥쏘'에도 PTC 히터를 공급한 바 있다. 현대차와의 협력이 전기차로 확대된 모습이다. 자화전자는 그동안 자동초점 액츄에이터, 손떨림방지장치(OIS), 진동모터 등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했다. 2015년 처음 전기차용 PTC 히터를 개발하고 전기차 부품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그간의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PTC 히터는 장기 공급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카메라 부품을 공급한 엠씨넥스도 자동차 시장 내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엠씨넥스는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1차 벤더가 됐다. 기존에는 현대모비스나 만도와 같은 협력사를 통해 현대차에 카메라를 공급했지만 이제는 현대차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제품을 공급하는 데 있어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사업 확장이 전보다 유리해진다.
현대차는 전기차와 자율차 시대 카메라 중요성이 커져 엠씨넥스를 1차 협력사로 선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자율차에서는 운전자 상태를 실시간 확인하거나 동승자, 반려동물, 수하물이 차량 내부에 방치되는 것을 감지하는 기능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돼 실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캐빈 카메라'가 등장하고,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가 대체하는 등 자동차 내외부 센싱에 카메라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런 기술 흐름에 따라 핵심 카메라 협력사를 찾았고, 엠씨넥스가 낙점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엠씨넥스는 전기차와 자율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회사는 CES 2021에서 삼성전자가 인수하고, 멀티 카메라 핵심 특허를 보유한 곳으로 알려진 코어포토닉스와 협력해 곡선로나 교차로 등 자율주행차 사각지대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파워로직스는 지난해 11월 현대기아차로부터 품질보증(SQ) 인증을 받아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에스엘과 차량용 카메라 부품 확대를 모색 중이며,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업체 파트론도 전장부품 매출이 지난해 50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본격 확대가 예상된다. 한양증권에 따르면 파트론은 2023년 출하를 목표로 현재 국내 전장 부품사를 통해 북미 완성차 업체와도 차량용 카메라 모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