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설은 지난해 가장 큰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던 소상공인들에게는 모처럼 소비가 살아날 큰 기회였다. 하지만 좀처럼 소비 심리가 크게 살아나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소상공인들이 유사 업종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는 코로나19가 해소된다 하더라도 경영 환경이 급격히 좋아지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우리 동네에서 가게라고는 자신만 있었음 좋겠다는 농담도 함께 던지곤 한다. 즉, 독점기업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독점기업은 해당 제품을 유일하게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해당 제품 가격이나 수량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독점기업은 사회 구성원의 만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주로 해당 제품의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독점기업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남다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1896년 런던에서 최초로 특허 출현됐던 라디오는 한동안 특허를 보유한 독점기업만이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생산할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복사기 기술인 음화현상법을 고안해내고, 이후 복사기의 유용성을 깨달은 많은 경쟁자들은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특허 침해를 피해가며 경쟁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완벽한 독점기업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특정 제품을 유일하게 공급하는 회사가 있다 하더라도 모두 독점기업은 아니다. 시장이나 산업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독점기업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견 유선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하나뿐이라고 해서 이를 쉽게 독점기업이라 단정내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많은 소비자는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사이에서 무엇을 사용할지 고민한다. 따라서 무선전화 서비스 제공회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유선전화 회사와 경쟁 관계이며, 이로 인해 유선전화 요금 등은 무선전화 이용 요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유선전화 서비스 제공회사는 완벽하게 독점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상에서 설명한 우유시장과 유선전화 서비스 사례처럼 특정 시장을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시장 중 어떤 종류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분류하기가 불가능하다.
일상을 들여다보면, 독점기업 내지 완전경쟁시장 등은 더욱 불분명하고 모호한 개념이 된다. 우리는 주변의 조그마한 점포 내지 상가들을 보고 이들 가게들을 독점기업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 중에서도 나름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가게들이 있다. 일례로 고객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다른 가게보다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사람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추운 겨울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물건 사는 걸 선호한다. 마을에 근접한 위치의 가게가 같은 제품이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경제학적인 관점을 통해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활동하는 분야가 어떤 시장 상황에 놓여 있는지 또한 쉽게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즉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거대 대기업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가격결정자(price-maker)와 같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