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이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시화됨에도 함께하는 명절의 기쁨을 누리는 것조차 어려운 지금, 새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함과 무력감으로 흔들리고 있는 우리는 이 제약 가득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최근 수많은 대담이나 서적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년을 맞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디자인 싱킹에 대한 키워드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그 방향을 함께 얘기해 보고자 한다.
평범함에 대한 가치가 새로이 드러난 새해에 필자가 선택한 키워드는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사전상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용수철과 같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의미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역경과 고난을 지나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은 사회학습이론의 대가이자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인 앨버트 밴듀라가 주창한 '자기 효능감'과도 연결된다. 자기 효능감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의미한다. 밴듀라는 '유도숙달'이라는 실험을 통해 개인은 단계별 경험학습과 이해의 과정을 거치며 두려운 상황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밴듀라는 개인의 변화 과정에 따라 자기 효능감도 함께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자기 효능감을 증진하는 과정은 스스로 회복 탄력성을 높여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는 디자인 컨설팅기업 IDEO의 수장 톰 켈리와 데이비드 켈리의 저서 '유쾌한 크리에이티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 효능감에 더해 '스스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신념'으로 '창의형 자신감'을 주장했다. 창조형 자신감을 함양한 사람들은 실패에서 회복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으로, 이는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은 디자인 싱킹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데 선도 역할을 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디스쿨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 내에서 수많은 유니콘 기업과 협업하고 그들에게 철학 토대를 제공해 온 디스쿨은 디자인 싱킹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형 자신감' 함양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그 이유로 창조형 자신감을 함양한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대신 실패를 창의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실패하더라도 쉽게 다시 일어서는 회복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다만 작동하지 않는 1만개의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나 “나는 5년 동안 5127번 실패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실패해라.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다”라고 말한 발명가 제임스 다이슨 등을 통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디스쿨의 디자인 싱킹 과정은 건강한 실패를 지속해서 경험하는 환경 조성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실패를 통한 학습 효과'로 회복탄력성을 높여서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오늘을 맞고 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그동안 잘해 왔다고 우리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시대에 개인도, 우리 사회도 더 나은 일상으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오늘도 다시 디자인 싱킹과 함께해 본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