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북극한파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이 한파는 줄어든 북극 해빙으로 인해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작년 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 호주와 미국의 산불, 그리고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19까지, 그 뒤에는 바로 기후변화가 있다. 올해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자연재해가 닥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세계는 이러한 재앙을 막기 위한 약속과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이슈인 '탄소중립'이 바로 그것이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발생량과 감축량을 같게 해 결국 그 합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Net-zero)로서, 기후변화를 억제하고자 하는 범지구적 노력이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우리나라,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줄줄이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애플, 구글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개발도상국을 거쳐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에 위치하게 됐다. 지금 부지런히 성장을 위해 달리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이런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의 탄소중립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치 늘 우등생이던 친구가 평소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달리 오랫동안 나와 어울리며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친구가 어느 순간 상위권에 올라섰을 때의 상황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할까.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은 한 국가의 정책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때문에 세계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 산업계 그리고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30년 후인 2050년의 구체적인 달성목표가 세워진 만큼,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인 정책이 아닌 산업계, 학계, 연구계, 시민단체 등 각 분야의 전방위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이 필요하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확산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도 중요하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4차 산업혁명'의 경우 AI, 암호 화폐 등 굵직한 키워드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며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탄소중립도 이러한 핵심키워드 발굴, 사회이슈화 및 관련 전문가 육성 등을 통해 사회전반으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계도 탄소중립을 걸림돌이 아닌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하고, 관련 정책과 육성분야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는 탄소중립 관련 신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설계 역량과 부품, 장비 등의 혁신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산업계, 학계, 연구계 간 협력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탄소중립은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문명을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는 곧 탄소배출로 이어진다. 즉, 지금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후변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정책과 경제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의 실천 없이 탄소중립은 절대 실현될 수 없다. 인간은 물론 지구 생태계의 미래가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려있음을 항상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
김철후 한국기계연구원 기계기술정책센터 선임연구원 ckim@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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