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사장 "현금 2000억 소진…구조조정 불가피" 호소

경영난에 처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상황과 구조조정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대표.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작년 회사의 실적이 2012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해 서바이벌 플랜을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도미닉 사장은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와 수출을 합친 전체 판매 대수 및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 모두에서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게다가 수출 실적은 닛산 로그 생산이 지난해 3월 종료돼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고 희망퇴직 접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소진되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도미닉 사장은 “실적 부진에도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지출액은 변동이 없어 회사의 손실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작년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2000억원이 소진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현금 1000억원 가량이 더 줄어들면서 과감한 비용 절감에 대한 절박함에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미닉 사장은 서바이벌 플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빠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서바이벌 플랜의 핵심 사항으로 구조조정 외에도 국내 시장에서의 르노삼성 제품의 가치 제고와 'XM3' 유럽 수출 모델의 최고 경쟁력 확보 등을 꼽았다.

도미닉 사장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지금의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지금 선행적으로 움직여 최대한 신속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현금이 급격히 소모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 노사의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 논의는 여전히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노사는 설 연휴 이후 6차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교섭과 함께 CEO 면담과 고용안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상태다.

르노삼성 노사는 기본급 인상(7만원) 등 임단협, 서바이벌 플랜의 핵심인 희망퇴직을 두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2일 투표를 통해 파업에 대한 찬성을 이끌어냈지만, 실제 행사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