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내 창업 스타트업이 1만건에 이르는 수면 질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했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데이터를 대규모 공공 데이터셋으로 구축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향후 유망한 '슬립(수면)테크' 분야에서 다양한 AI 서비스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아워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댐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에 서울대병원과 공동 참여, 수면질 AI 학습용 데이터셋을 구축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워랩은 신현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창업한 교내 스타트업이다.
아워랩은 병원에서 수집된 수면다원검사(PSG) 결과 1만건을 30초 단위 이미지로 정제, AI 학습용 데이터로 체계화했다. 수면다원검사는 대상자가 잠자면서 뇌파, 심전도, 호흡 등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검사다. 의료진은 여러 신호를 종합 분석해 수면 단계를 분류하고 이상 호흡, 움직임, 각성 등을 판독한다. 이는 수면무호흡증, 기면병, 렘수면 장애 등 다양한 수면 질환을 진단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데이터에는 잠자는 동안 움직임을 분석하는 가속도(X,Y,Z축), 뇌파, 안전도, 턱 근전도, 심전도, 호흡, 흉곽 움직임, 복부 움직임, 코골이, 다리 근전도, 산소포화도 등 15가지 신호가 포함됐다. 1건의 검사 결과는 약 6시간에 대한 검사 결과로, 30초 단위 데이터가 1장의 이미지로 변환된다. 검사마다 평균 731.4장의 이미지가 생성된다.
아워랩은 이를 바탕으로 수면 단계 분류, 심전도 이상 검출, 이상 호흡 검출, 근전도 및 자세 데이터를 활용한 움직임, 각성 검출 AI 모델 등을 생성한다.
신 교수는 “수면 데이터는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요 라이프로그 데이터”라면서 “시계열 데이터가 아닌 이미지 형태로 만들어 AI 학습 효율성을 높인 1만건의 대규모 데이터가 일반인이나 연구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공 데이터 형태로 구축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수집된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상반기 중에 학계와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면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숙면을 돕는 서비스와 기술을 말하는 '슬립테크'가 각광 받고 있다. 관련 분야의 AI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가 마련돼 수면 질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아워랩이 서울대병원과 개최한 '수면 인공지능 경진대회'에도 120팀이 지원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참가팀은 수면다원검사 결과 이미지를 제공받아 수면 단계(Wake, N1, N2, N3, REM)를 자동 분류하는 모델 개발 과제를 수행했다.
신 교수는 “수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구축된 AI 학습용 수면 데이터는 수면 관련 의료 기술의 발전을 위한 기초 자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워랩은 코골이·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수면자세 감응형 하안전진장치 '옥슬립'을 독자 개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취득했다. 올 상반기에 국내 판매를 시작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아워랩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옥슬립 사용자의 수면 빅데이터를 구축, 수면질환을 치료하는 AI 기반 서비스와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한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