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을 바꿔 놓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름으로 서로 떨어져 생활하고, 영업시간은 물론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모임 인원도 제한된 상황이다. 2월 백신 접종에 따라 코로나19 종식을 한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비롯해 위드 코로나 두려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20년 넘게 공조 산업에 몸담아 온 전문가로서 공조기술 시각에서 작은 대안을 하나 제시하고자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침방울(비말)로 퍼지고, 매장 에어컨이나 난방기 바람이 실내 감염을 증폭시키는 한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말 전파를 차단할 공조 시스템은 없을까. 공조기술로 실내 비말 전파를 최소화할 방법은?
결론은 실내 비말 전파는 공조기술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최근 한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실내 습도 30%인 경우 비말 전파 범위는 6m이고, 습도를 60%로 높이면 3m로 줄어든다. 실내 습도를 조절하면 에어로졸 전파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공조기술 가운데 반도체 및 의료기기 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클린룸 기술을 응용하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클린룸 기술은 실내 미립자, 공기 온·습도, 압력 등을 원하는 수치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에어컨이나 난방기는 천장에 설치된 기기로 차갑거나 더운 공기를 단순하게 순환하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반면에 클린룸은 천장 기기(에어 서플라이 유닛) 내에 고성능미립자공기(HEPA·헤파) 필터를 탑재, 청정 공기를 순환한다. 청정 공기는 바닥까지 층류를 형성하고, 바닥에서 벽으로 전용 풍도를 따라 순환한다. 층류 형성은 비말 전파를 최소화한다. 또 순환 과정에서 계속 헤파 필터를 통과하면서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걸러낸다.
이러한 클린룸 기반 공기청정 기술을 '한외여과'(UF)라 부른다. UF를 도입한 매장은 'UF숍'이라는 이름으로 청정 매장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기존 인테리어 비용보다 많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 사 먹는 생수, 실내 곳곳에 설치된 정수기를 떠올리면 인식은 금세 달라질 수 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물을 비싸게 사 먹는다는 것, 가정과 매장 대부분에서 정수기를 설치해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공기다.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대다수다. 매장 역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손님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깨끗한 실내 공기 유지가 필수다.
비용 문제는 일시 부담일 뿐 UF 기술 기반의 클린룸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시기를 더 앞당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자영업자가 영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 공공의 이익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정부 차원의 클린 공조설비 구축 지원 정책을 고려해 볼 만하다. 기준에 맞는 공조시설을 도입한 매장과 그렇지 않은 매장을 구분, 영업 제한 규제를 탄력 적용하는 방안이다.
소상공인은 물론 UF숍 이용 소비자도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쇼핑할 수 있어 국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클린룸 기술만이 정답이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클린룸을 비롯한 공조기술은 더 발전해야 하고, 관련 성능인증 방법 연구도 이어져야 한다. 클린 매장 인증과 차별화한 방역 단계 적용에 관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현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해 공조 분야에서라도 할 수 있는 작은 해결책을 찾아 제시한다.
서충옥 티엘엔지니어링 대표 tl@tleng.kr
-
임동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