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살리기 취지로 2018년 도입됐다.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했지만 초기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기반이 탄탄하게 갖춰진 국내 시장에서 QR코드 방식의 제로페이는 번거롭기만 한 새로운 결제수단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서울시가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인 만큼 공무원만 쓴다고 해서 '공무원 페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공서에서 사용하다 흐지부지 없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제로페이가 제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불거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매출 직격탄을 입자 정부는 내수경기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제로페이에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판매를 늘렸다.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에서 5~15% 할인된 금액에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빠르게 퍼졌다. 사람이 많은 대형마트를 피해 동네슈퍼나 전통시장을 이용하려는 사용자 수요가 맞물리면서 제로페이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코로나19로 소비에 부담을 느낀 사용자는 저렴하게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고 이 소비가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선순환하면서 제로페이는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제로페이 월별 일평균 결제액은 2019년 3월 4000만원, 12월 4억6100만원이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 9억19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6월 37억6300만원, 9월 37억2600만원으로 고공 행진했다.
초기 가맹점이 부족해 서비스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상당수가 가맹점으로 가입했다. 2018년 12월 가맹점 수는 1만5505개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72만9313개로 성장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는 사용자는 물론 풍부한 가맹점을 확보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했는데 초기 제로페이는 가맹점이 특히 부족해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며 “제로페이를 실제로 써본 사용자가 할인효과를 누리면서 가맹점이 빠르게 증가했고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의식까지 확산하면서 제로페이가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제로페이는 국가 인프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47종의 지역상품권을 모바일로 구현한데 이어 서울시 아동돌봄 쿠폰,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금 등 다양한 정부 바우처를 모바일상품권과 연계해 지급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높은 배달 수수료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여러 배달앱과 손잡고 제로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QR코드를 사용하면 전자출입명부 인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제로페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중국 위챗페이와 QR 규격을 연동해 중국 관광객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위챗페이 앱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에 QR 결제 앱을 연동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