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간편결제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법정단체화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
기존의 민간법인 한결원을 해산하고 이를 승계하는 신 법인을 설립,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제로페이 가맹점과 사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간편결제시스템의 운영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다.
법정기관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지방자치단체, 글로벌 결제사업자 등과 사업 협의 속도는 물론 제로페이 대중화에도 급물살을 탈 공산이 크다.
23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결원을 법정단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원회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7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두 차례 소위 심사를 통해 여러 지적 사항이 수정안으로 반영한 내용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관이 합작해 만든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카드사와 밴(VAN)사를 거치지 않아 연매출 8억원 이하 소상공인은 결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 경기 불황에서 소상공인의 활로를 틔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18년 12월 1만5505개에 불과하던 가맹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72만9313개로 늘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소상공인이 간편결제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법적 정의 및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 한결원은 민법에 의한 법인이어서 결제 인프라 및 데이터의 목적 외 사용, 소상공인 수수료 인상 등을 추진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
법안 통과로 한결원의 법정기관화가 이뤄지면 중기부 장관이 운영법인 업무를 지도·감독할 수 있게 된다. 한결원과 유사 업무를 하는 금융결제원, 여신금융협회의 경우 법령으로 이와 같은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현재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의 비용 절감에 주력했다면 신설 한결원은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공공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제로페이 가맹점에 대한 결제인프라 보급 등 공공 목적의 위탁 사업에 드는 비용을 정부·지자체가 출연하거나 보조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결제정보를 활용한 소상공인의 경영혁신 지원도 추진한다.
다만 여야 간 법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산자위 개회 자체가 지연되고 있어 2월 임시국회 내 법안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법안소위 등에서 제기한 지적 사항에 대해 여당은 소명 및 관련 규정 수정을 통해 전부 수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야당이 협의 부족을 이유로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 개회 자체를 거부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업계는 제로페이를 정부 산하 기관으로 편입시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치페이라는 일부 역효과가 우려되지만 현재 제로페이의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공공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모바일 상품권과 결제 기능은 물론 지역별로 우후죽순 운영되고 있는 지역화폐를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제로페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 해외 결제는 물론 중장기 계획으로 모바일과 온라인 결제 기능까지 제로페이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법정단체가 무산될 경우 운영과 사업 고도화에 엄청난 시간이 허비될 우려가 크다.
이날 열린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제로페이가 많이 성장했다.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논의를 하자는 것이고, 입법부가 국민에게 민망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법정단체 추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운영도 장점이 있지만 현재 제로페이 성장세를 볼 때 법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지자체와의 공동 사업은 물론 향후 국가 차원의 범용 간편결제 서비스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법정단체로 편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한결원, 정부 산하기관 편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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